“방과후 학교에서 골프·코딩·댄스 배워요”… 시범 두 달 맞은 늘봄학교

최은경 기자 2023. 5. 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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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내용 다양해지고, 학생 참여도 늘어
/신현종 기자 2일 오후 늘봄학교 시범운영 중인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골프를 배우고 있다.

“여러분, 오늘은 지난 번에 배운 ‘어프로치 샷’을 좀 더 연습해봅시다.”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 대구 서구 원앙초등학교 다목적 강당에서 방과후학교 수업이 시작됐다. 골프 선수 출신인 전문 강사가 “골프 수업 시작한다”며 이 같이 소리치자, 강당에 모인 초등학생 1~6학년 20명이 그를 에워쌌다. 저마다 손에는 1 남짓한 주니어 골프채를 쥔 채였다. 학생들의 스윙 연습을 위한 ‘골프 타석 매트’도 학생 한 명당 하나씩 설치됐다.

이 학교 2학년인 정모(8)군도 자기 키만한 주니어 골프채로 타석 매트에 매달린 연습용 스펀지볼을 몇 번이나 때렸다. 정군은 “집에 일찍 가도 부모님이 안 계신다”며 “오늘은 방과후 수업으로 컴퓨터와 골프를 배우고 태권도 학원에 들렀다 집에 간다”고 했다. 부모님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방과후학교 수업과 학원 스케줄을 최대한 채워준 것이다.

원앙초의 방과후학교에 ‘골프’가 개설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교육 당국이 원앙초를 ‘늘봄학교’ 시범 운영 학교로 지정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골프·코딩 등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 준 덕분이다. 덕분에 이 학교의 방과후 학교 참가 학생 비율은 전년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학원 대신 학교에 남아있길 선택한 아이가 늘어난 것이다. 이날 원앙초에는 아이들 200여명이 각 교실에서 ‘초통령’ 걸그룹 아이브(IVE)의 춤을 배우고, ‘스크린 속 박터트리기’ 같은 AI체육 수업에 열중하며 땀을 흘렸다.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늘봄학교’가 시범 사업 시행 약 2달만에 초등학생들의 ‘학원 뺑뺑이’ 문제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늘봄학교 시범학교엔 드론, 골프, 원어민영어, 오케스트라 등 학원에서도 배우기 어려운 수업이 대폭 늘었다. 학생 참여도 그만큼 증가 중이다.

/신현종 기자 2일 늘봄학교 시범운영 중인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케이팝 댄스를 배우고 있다.

등교는 늦고 하교는 빠른 초등학교 시절은 부모들에게 양육 최대 난관 중 하나다. 이 시기 부모 한 명의 경력이 단절되거나, 아이들이 수업을 마친 뒤 태권도, 피아노, 공부방 등 학원을 전전하는 ‘학원 뺑뺑이’를 돌기가 부지기수다. 실제 교육부와 통계청의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85.2%)은 중학생(76.2%)과 고등학생(66.0%)보다 높다. 초등학생 1인당 한달 평균 사교육비는 37만2000원으로, 중학생(43만7000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늘봄학교는 이 같은 양육 부담과 학원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대책이다. 초등학생들이 정규 교과 수업 전·후 시간을 최대한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보내도록 ‘돌봄·교육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5개 시·도 교육청(경기·경북·대전·인천·전남)에 예산 600억원을 투입해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2025년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한다.

정부는 특히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강화에 신경 쓰고 있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교실에서 책이나 TV만 보다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민간 학원만큼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지원 중이어서다. 시범 사업 덕택에 원앙초 같은 혜택을 본 학교는 올해 전국 214곳을 넘는다. 경북 구미 원당초가 대표적이다. 전교생이 561명에 달하는 이 학교의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은 지난해 22개에서 올해 35개로 늘었다. 원어민영어, 드론, 웹툰 수업 등이 새로 생겼고, 토요일에도 피아노·공예·축구·케이팝댄스·골프·요리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신현종 기자 2일 늘봄학교 시범운영 중인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에서 1~2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체육 활동을 하는 모습. 화면 속 박을 공으로 맞춰 터트리는 게임이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방과후학교 강좌수는 지난해 3627개에서 올해 4054개로 늘었다. 참가 학생수(중복 포함) 역시 5만5169명에서 6만232명이 됐다. 김용옥 대전교육청 교육정책담당 장학관은 “늘봄학교 시범사업이 올 1월 발표돼, 사실상 2달만에 거둔 성과”라고 했다. 전남 교육청은 전체 80개 학교에 방과후 수업 278개를 늘려주기로 했다.

다만 학교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을 계속 가르치고 돌보려면, 돌봄·교육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현장에선 꾸준히 나온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올해 시범 사업을 통해 애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늘봄학교지원법안’을 만들 것”이라며 “2025년 전국 확대 전 법안을 제정해 인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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