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지진 혼란 틈타 구호품에 무기 숨겨 시리아로 밀반입”
“시리아 주둔 미군 노려”
이란이 지난 2월 시리아 대지진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무기를 비밀리에 옮기고 있다는 정황이 미 국방부 기밀문서 유출을 통해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확보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란이 시리아로 가는 인도주의 구호품 속에 무기를 숨겨 운반해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노리고 있다고 파악했다.
미 정보 당국은 이란이 불특정 소형무기, 탄약, 드론 등 공격용 무기를 시리아로 밀반입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라크에 주둔하는 이란 쿠드스군과 친이란계 무장단체가 이러한 무기들의 운반을 조력하는 것으로 문서는 파악했다. 쿠드스군은 이란혁명수비대에서 정보 수집, 무장단체 관리 등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특수부대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 같은 활동이 과거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라크와 시리아로 가는 구호품을 자신들과 관련된 (무장) 단체에 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던 방식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 관계자는 쿠드스군이 무기 밀반입 활동에 개입하고 있다고 WP에 밝혔다.
이란은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혼란상을 틈타 무기를 운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서에 따르면 지진 발생 바로 다음날인 지난 2월7일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한 무장단체가 총기와 탄약을 비롯해 무인기(UAV) 30대의 운송을 조율했다. 이어 지난 2월13일 한 쿠드스군 장교는 이라크 민병대에 “합법적인 지진 구호품에 무기를 심어놓으라”고 지시했으며, 이때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들어가는 물건과 차량 수백가지의 목록을 첨부했다.
시리아에 있는 미군을 공격하는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이러한 무기 운반의 목적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시리아에는 이슬람국가(IS)를 저지하기 위해 미군 약 900명이 머무르고 있다. 친이란계 단체들이 시리아 주둔 미군을 표적으로 공격한 사례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장 무기 운반 작전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시리아로 무기를 운송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타격하려다가도 실제 구호물품일 가능성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문서는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이란이 지진 원조를 구실로 대공 방어 시스템을 시리아로 밀반입하기 위해 화물 비행기를 이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WP는 문서 유출 내용이 “미국과 중동 파트너, 민간인을 공격하기 위해 활용되는 이란의 무기를 과연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로챌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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