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리아 꼭꼭 숨어도…퇴치반 “잡았다 요놈”
10년째 퇴치 전담반 운영
생태계 교란종 뉴트리아
9년 만에 포획 수 85% 감소
경계심은 커져 교묘히 활동
“완전 퇴치 위해 노력할 것”
대표적 생태계 교란 외래종인 ‘괴물쥐’ 뉴트리아(아래 사진)의 개체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10년째 뉴트리아퇴치전담반을 운영하고 수매제를 시행한 데 따른 성과다. 환경부는 완전퇴치를 목표로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뉴트리아의 생존전략과 왕성한 번식으로 쉽지만은 않다.
지난 4일 오후 낙동강 하류에 있는 경남 김해시 전하동 해반천에는 강철로 만든 덫(트랩)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덫 주변에는 동물의 배설물이 널렸고 내부에는 유인용 주황색 당근이 걸려 있었다.
낙동강환경유역청 뉴트리아퇴치전담반 김문광씨(65)가 덫을 확인한 결과, 뉴트리아는 오전에 먹이 활동을 하러 왔다가 배설물을 남기고 사라진 상태였다. 김씨는 7년째 경남 김해와 부산 낙동강 지류·생태공원에서 뉴트리아 퇴치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김해 조만강·주촌·해반천 등 김해·부산 여섯 곳에 트랩을 설치했다.
김씨는 “뉴트리아 개체수가 많이 줄었지만,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져 이상한 낌새만 있어도 도망간다”며 “은밀하게 활동하는 탓에 갈수록 은신처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남미가 원산지인 뉴트리아는 1985년 모피용으로 국내에 들여왔다가 농가에서 사육을 포기하면서 ‘식물 생태계의 파괴자’가 됐다. 뉴트리아는 경북·대구·경남·부산 지역에 80% 이상 분포하는 것으로 환경부는 추산하고 있다. 뉴트리아는 2009년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 야생동식물로 지정했다. 몸길이 60㎝~1m의 대형으로 천적이 없다.
뉴트리아의 식물 생태계 파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0년대 중반 한창 출몰할 때는 무리 지어 논밭으로 다니며 당근·미나리 등 농작물을 싹쓸이하고, 갈대와 부들의 뿌리를 섭취해 습지 파괴자로 불렸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14년부터 경북·대구·경남·부산에서 뉴트리아전담퇴치반(16명)을 운영하고 있다. 뉴트리아는 한때 한 명이 한 달에 200~300마리를 포획할 정도로 많았다. 낙동강환경청은 퇴치전담반과 함께 광역수매제(마리당 2만원 지급)도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뉴트리아는 2006년 경남 6개 행정구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했고 2014년 충북·경북·경남·부산·제주 24개 행정구역으로 확산했다. 현재는 경북·대구·경남·부산 16개 행정구역에서만 출몰하고 있다.
낙동강 수계지역에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총 3만7677마리를 포획했다. 가장 많이 잡은 해는 2014년으로 7864마리였고, 2022년에는 1155마리로 85%가량 줄었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현재 김해 서부지역에서 퇴치단속반 한 명이 하루에 1~2마리 포획할 정도로 개체수는 줄었지만, 뉴트리아가 은신처인 땅굴을 더 깊숙이 파는 등 교묘하게 활동하고 있어서다.
한 해 2~3번 임신해 3~12마리를 낳는 번식력을 고려하면 한눈파는 사이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 낙동강환경청은 지난해 말부터 대학과 연계해 위치추적기를 단 뉴트리아를 이용해 서식지를 찾아 소탕하거나 유전자(DNA) 분석으로 이동경로를 알아내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낙동강환경청 자연환경과 이성규 전문위원은 “유럽·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뉴트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 중으로, 영국에서는 1989년 완전 퇴치에 성공했다”며 “한국도 영국의 사례를 통해 완전 퇴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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