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의 울분, 의료계 ‘카스트’ [만물상]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에서 인도계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다. 그런데 이런 굴지의 기업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인도인끼리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얼마 전 “(실리콘밸리에서도) 카스트제도에서 가장 낮은 계급임이 드러나면 같은 인도계 동료들이 더는 점심을 함께 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가 1947년 카스트제를 공식 폐지했지만 이 제도가 아직도 얼마나 뿌리 깊게 남아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 연구소에도 박사·석사, 정규직·계약직에 따라 업무와 대우에 차이가 있는데 때로는 ‘신분제’ 같은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박사 연구원은 주로 과제를 따거나 논문을 쓰고 석사 연구원들은 실험 측정 등을 하는데, 석사 연구원이 연구에 착수해도 박사 연구원이 오면 넘겨주고 보조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무기계약직까지 가세해 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 우리나라 연구소야말로 카스트제처럼 위계질서가 엄연한 조직이라는 말이 나온다.
▶간호법 제정 문제로 의사와 간호사가 충돌하는 가운데, 간호조무사(간무사)협회장은 “간호계에 신분제인 ‘카스트제도’가 있다”고 했다. 간호사들이 있는 간호스테이션에 오지 못하게 하는 등 간호사들이 간무사들을 차별하면서 무시한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 자격을 고졸로 제한하고 대졸은 간호조무사를 못 하게 막는 것은 이 제도를 고착화하려는 의도라고도 했다. 간호사들은 의사와 간호사의 수직적 관계가 더 문제라고 반박한다.
▶의료계 직역 사이만 아니라 직역 내부에서도 카스트제 같은 경직적인 문화가 여전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병원에서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으로 이어지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간호사 사회에서도 고참 간호사와 신참 간호사들 사이 ‘태움(교육을 명목으로 후배를 괴롭히는 행동들)’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직역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간호법 문제에 대해 국민들은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 그 사이 의사, 간호사, 간무사 간에 오가는 말이 흑색선전, 마녀사냥,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병원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간호법 문제의 핵심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다.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인의 업무 범위 조항은 1962년 이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시대 변화에 따라 직역별 업무 범위를 그때그때 조정했으면 지금처럼 한꺼번에 분출해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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