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 북한 손해배상 소송 승소
법원, ‘5000만원 지급’ 판결
실제 배상금 수령 어려울 듯
“고맙습니다!”
8일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법 제1별관 309호에서 쩌렁쩌렁하게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씨(91). 6·25전쟁 때 북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던 김씨는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리한 뒤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이날 김씨 등 3명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씨 등은 재판이 시작된 지 약 33개월 만에 북측의 강제 노역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을 받았다.
김씨 등 5명은 2020년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은 강제 노역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1인당 2100만원씩 총 1억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6·25전쟁 중 북한에 붙잡혀 끌려간 뒤 1953년 9월부터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약 33개월간 탄광에서 노역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 사회에 강제로 편입됐다가 2000~2001년 탈북했다.
법원은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후로 약 3년간 재판을 열지 않았다. 북측에 소장을 공시송달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원고 5명 중 3명은 별세했다. 남은 원고들은 지난 2월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했다.
김씨는 선고 후 “이 뜻깊은 날을 위해서 조국에 돌아왔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 보지 못했다”며 “죽는 날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죽겠다. 배상금은 나라를 위해 바치겠다”고 했다.
탈북 국군포로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리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승소한 김씨 등이 실제로 배상금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 1심에서 승소한 원고들은 북한에 저작권을 위임받아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라며 추심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월 패소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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