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꿈?…“농촌 살아본 후 결정하세요”
다른 기초지자체들도 앞다퉈 도입…실제 이주 효과 커
“마음속으론 늘 전원생활을 꿈꿨죠. 하지만 생활터전을 바꾸는 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어서 아내와 함께 6개월가량 농촌에서 거주하며 각종 체험을 한 뒤 귀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강원 양구군 동면 ‘약수 산채마을’의 농장 주변에선 요즘 낯선 외지인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 마을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한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도시민들이 마을 사무장의 안내에 따라 체험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는 부부 3쌍과 개인 3명 등 9명이다. 이들은 오는 10월까지 마을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내며 영농 관련 작업 등을 체험할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곰취·아스파라거스·산마늘 수확 체험을 비롯해 곰취 찐빵·막걸리 만들기, 마을농장 운영, 모내기 체험 등이다.
금융회사에 다니다 정년퇴임을 한 뒤 수도권에서 거주 중인 안치환씨(65)는 “귀농을 신중히 선택하기 위해 지난해 경남 함양에 이어 올해는 양구에서 진행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며 “인근 농가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어 농촌생활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수 산채마을 사무장인 김대훈씨(43)는 “귀농할 의향이 있는 5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의 도시민들이 주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자치단체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을과 협의해 참여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1인당 30만원 안팎의 연수비를 지급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구군을 비롯해 전국의 농촌 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3500만~9000만원(국비 50%, 지방비 50%)가량의 예산을 들여 앞다퉈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를 통해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사업 첫해인 2021년 전국의 88개 시·군이, 지난해엔 95개 시·군이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2021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649가구 가운데 73가구, 지난해 참여한 842가구 중 106가구가 실제 농촌으로 이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의 11.2~12.6%가 농촌으로 이주하는 등 사업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자 올해엔 강원, 충남·북, 전남·북, 경남·북, 제주, 울산 등 9개 시·도의 102개 시·군이 더 많은 귀농·귀촌을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사업을 도입했다. 강원 홍천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 삼생정보화마을에서 진행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의 정원은 5명이었으나 30명이 지원해 서류·면접심사까지 거쳐 참여 대상자를 선발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며 “이 같은 현상을 고려하면 앞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자치단체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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