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에 카네이션 대신 달아준 학생들 “함께할게요”
유가협 “정부 뭐 했나” 특별법 제정 촉구 등 200시간 행동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함께하겠습니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찾은 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 대표는 노란 봉투에서 꺼낸 편지를 읽었다.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대신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바치는 편지였다.
이어 시민분향소 앞에 모인 유가족 20여명의 왼쪽 가슴에는 붉은 카네이션이 달렸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또래 청년들이 부모 세대인 유가족에게 건넨 꽃이었다. 청년들을 끌어안은 채 두 눈을 꼭 감고 눈물을 흘린 유가족들은 화답의 의미로 희생자를 상징하는 별 모양 배지를 전달했다.
이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집중추모행동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200일을 맞이하는 오는 16일까지 200시간 동안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참사 발생 200일이 다 되도록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 어느 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면서 특별법 제정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정민 유가협 대표 직무대행은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 아이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선물을 사 와서 부모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오늘은 우리 손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손팻말이 들려 있다”면서 “더 이상 유가족을 길거리에 방치하지 말고 정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박석운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는 “200일씩이나 방치한 우리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은 유가족들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사회공익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시민 모두 정성과 힘을 모아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할 수 있길 소망한다”고 했다.
이날 촛불갤러리 소속 화가들은 희생자들의 가족사진을 그린 ‘기억 그림’을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그림을 받은 조경철 희생자의 어머니 박미화씨는 “(아들이) 항상 웃는 상인데 (그림 속) 이날은 특별히 더 환하게 소리 내면서 웃었다”며 “이제 보지 못하는 웃는 모습을 이렇게라도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 5명의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선 정현욱 112상황실 운영지원팀장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정 팀장은 “(핼러윈 때 이태원에) 다중인파가 몰릴 것이란 건 용산서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예상 가능하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2021년에도 그랬고, 매년 핼러윈 때 사람이 밀집했다”면서도 “핼러윈은 다중인파보다 치안유지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해왔다”고 말했다.
유가협은 재판 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서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 등지에서 추모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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