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투자자에게 '미수금·대출' 숨겨…채무 상상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사태를 유발했다는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42) 대표 등이 투자자들에게 투자 현황을 공개할 때 미수금이나 대출채무 등은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라 대표 일당이 투자 수익만을 공개한 탓에 거액의 채무가 발생했다거나 본인의 동의 없이 차액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된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게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투자자 60여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은 라 대표와 H사 관계자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오는 9일 고소할 예정이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라 대표에게 휴대전화와 개인정보 등을 건넨 경위에 대해 "저평가된 우량주에 대한 정보를 아는 일부만 어렵게 투자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엄청난 수익을 내주기 위한 라 대표 일당의 특별한 투자 방식이라 생각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라 대표 등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정황을 공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라 대표 등은 투자자에게 투자 현황을 볼 수 있는 '어카운트인포'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게 했다. 그러나 앱에서는 투자의 미수금, 대출채무 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수익 현황만 볼 수 있었다고 투자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투자금이 정상적으로 주식 투자에 사용돼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며 "레버리지나 주식담보대출을 사용해 원금의 몇 배를 상회하는 채무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라 대표 등이 투자금을 애초 설명했던 주식 투자가 아닌 시세조종에 사용해 투자자를 속이고, 시세조종으로 주가를 띄운 후 실제 수익이 난 것처럼 꾸민 점은 사기 혐의가 적용된다고 봤다.
라 대표 등이 투자자에게 투자에 따르는 위험이나 채무가 발생할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투자 원금의 최대 2.5배까지 채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고, 마치 손실 없이 고수익을 내줄 것처럼 설명했다"며 "이들이 투자한 주식의 시세는 인위적으로 조종된 것이므로 언젠가는 투자금에 손해를 입힐 것이 예상되는 데도 이러한 사실을 숨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라 대표 등이 투자금으로 553억4천만원을 챙겼고,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662억9천만원의 채무를 발생시켜 전체 피해 액수가 1천억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이와 별개로 라 대표 등이 투자 수익에 대한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이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밖에도 라 대표 등이 투자 수수료를 현금으로 받아 상품권을 구입하고, 돈세탁을 위해 수수료를 헬스장 등 여러 법인의 서비스 이용료로 지불하게 해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라 대표 등의 재산을 몰수 추징하고, 이들을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는 "주가조작 세력이 애초 투자금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의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자금을 받았다"면서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피해자들 모르게 레버리지 대출을 받고 미수금을 당겨 사기·배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라 대표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현재 라 대표에 고액 투자를 일임한 의사와 관계자 등 주변 인물을 차례로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라 대표 등은 투자 수익금 일부를 골프아카데미와 헬스장·식당·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수수료 명목으로 넘겨받아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조세를 포탈한 의혹도 받고 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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