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직원이라면 핼런윈 당일 이태원에 누구나 인파 예상”

서울시가 분향소 철거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참사 분향소 주변에 경찰병력이 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4일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광장에 이태원참사 분향소가 기습적으로 설치됐다. 이에 서울시는 분향소를 설치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측에 “6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계고장을 보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 핼러윈 당일 이태원엔 용산경찰서 근무 직원이라면 누구나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태원 참사로 구속 기소된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의 첫 공판기일에서다.

정현욱 용산서 112상황실 운영지원팀장은 8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핼러윈에 다중인파가 올 것이라는 건 용산서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사람이 밀집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지난해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서 차원의 종합치안대책 문건을 작성했다. 핼러윈 시기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밀집하고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이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정 팀장은 핼러윈 2주 전인 지난해 10월15∼16일 '이태원 지구촌 축제' 현장을 이 전 서장, 송병주(52·구속기소) 당시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함께 찾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정 팀장은 "(당시 현장에서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은 핼러윈 때 사람이 붐벼서 교통이 마비된다'고 말했더니 서장이 '왜 핼러윈 때는 도로를 통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당일 이태원 일대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사고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112 신고나 무전을 듣고도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부실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 도착시각, 경찰 구조활동 내역을 상황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하도록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있다.

정 팀장은 참사 발생 직후 상황보고서 2보를 작성하는 과정에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각이 잘못 기재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1보에) 오후 10시17분까지 조치 상황이 적혀있고 내가 다음 상황부터 기재해야 했다. 서장의 도착시간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 팀장은 당시 송 전 실장 등에게 "이렇게 기재하면 허위라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압사사고 위험을 인지하고도 차도의 인파를 오히려 인도로 다시 밀어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송 전 실장의 혐의에 대해선, "실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증언했다.

정 팀장은 "송 전 실장의 지시는 인파가 차로를 점거하지 않게 통제하라는 의미였다. 위력이나 유형력을 행사해 현장 경찰 8명이 인파를 (인도로) 올리는 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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