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문 정부에 실망해 尹 지지했지만 '반노동·청년 정책'에 철회”[윤석열 정부 1년]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가 지지를 철회한 MZ세대(10~30대) 중도층 8명을 인터뷰했다. 성별과 지역, 직업군을 다양하게 해 폭넓은 얘기를 듣고자 했다. 대부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민주당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해서, 윤 대통령의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 ‘공정과 상식’ 슬로건이 좋아 윤 대통령을 찍었다가 돌아선 이들이다.
①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②윤석열 대통령 지지를 철회한 이유는.
③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 많지 않아
- 전상민씨(38·남), 부산, 취업준비생
①문재인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야당에는 비판적인 잣대를 적용하면서도 자신들에게는 그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한 국정 운영, 청년의 국정 참여 보장은 잘 지켜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②청년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행동과 발언을 한 공직 후보자들이 스스로 물러나기 전까지 감싸기로 일관했다. 정책적으로 무능한 모습도 전 정부와 다르지 않았다. 인천에 있는 긴급주거 임대주택이 입주 절차가 복잡해 238가구 중 전세사기 피해자 입주 가구가 8가구에 불과한 현실 등을 보며 정부가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현 정부 슬로건이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그렇게 많지 않다.
③청년 취업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세 사기, 물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검토, 무역 적자 등 경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반대 관점을 가진 언론 및 국민들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최대한 대화를 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조금 간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너무 친 기업적 마인드에 치우처셔는 안 된다. 전 정부가 공공의 역할만 강조하다 문제 해결을 하나도 못했듯이 현 정부도 기업만 강조해서는 전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사 일색인 게 좋게 보이지 않았다
- 장모씨(34·남), 서울, 전세 임차 회사원
①윤석열 대통령이 좋아서라기 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컸다. 대책 없이 이념적으로 정치하는 듯했다. 그 결과인 부동산 가격 폭등은 내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구한 방 2개짜리 아파트 전세값이 4억원이 넘는다. 위치가 좋지 않고 심하게 구축이지만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했다.
②주요 임명직 등 자리가 ‘검사 일색’인 게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검사였지 않나(검사 출신 금감원장은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능력이 있건 없건은 둘째 문제다. 김건희 여사의 잦은 대외 활동도 문제다. 대선 때는 영부인 되면 활동을 많이 안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딱히 어려운 약속도 아닌데, 못지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바이든-날리면’ 사건. 대통령이 그런 말실수를 한 것부터 변명 내용까지, 전부 처음 본다.
③집값 하락 정도를 잘 컨트롤해야 한다. 하락이 급격하면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 자칫 ‘깡통전세’처럼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지금 ‘친기업’ 기조는 잘 택했다고 본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재정확장 시도를 안 해서 좋다. 외교는 걱정이다.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너무 미국에 쏠리는 외교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설마 본인이 약속했는데 간호법에 거부권 행사할까, 마지막으로 믿어보고 싶다”
- 김건우씨(24·남), 부산, 간호대생
①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에 당선돼 저 정도 개혁하면 보수정당 지지할 만 하다고 생각해 국민의힘 당원에 가입했고 그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정의로운 검사에다 공정과 상식이란 가치를 들고나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간호법 제정이 간호대 학생들 숙원인데 부산 유세에서 윤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드렸더니 사인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어줬다. 간호협회를 방문해 간호법 제정 해주겠다는 식으로 말해서 ‘정말 우리를 생각해준다’고 생각해 지지를 결심했다.
②당선되고 일주일 정도만 기뻤던 것 같다. 그 후 행보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 전 대표를 무고죄로 몰아 축출했다.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허수아비 대표를 세웠다. MZ세대 목소리를 듣겠다고 중소기업 대표 아들 부른 주69시간제 간담회도 어이가 없었다. 설마 대통령이 협회에 와서 약속했는데 간호법에 거부권 행사할까.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믿어보고 싶다.
③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망언을 보며 국민의힘은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만 해도 지역구 의원들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는데 최근에 긍정 회로를 돌릴만한 사건이 단 하나도 없다보니 무력감을 느낀다. 총선에서 민주당에 200석 넘겨주는 충격요법 말고는 정신을 못 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 장모씨(32·여), 경기, 워킹맘
①학원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터져 너무 힘들었다. 노력한 만큼, 능력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퍼주기 공약으로 사람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하는 환경을 만든다. 윤 대통령이 좋아서 뽑았다기보다 대안이 없었다.
②며칠 전 저녁에 열이 40도가 넘게 나고 경련하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혼자 운전해 2시간 동안 소아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녔다. 소아과가 부족해 진료접수 시작 5분이면 대기가 100명까지 찬다. 정부가 ‘아이 한 명 낳으면 얼마 준다’는 식으로 저출생 문제에 접근하는데 탁상행정이란 생각이 든다. 학원 운영은 코로나19가 유행일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 고금리로 사업 운영을 위한 대출 이자가 많아졌고, 학부모들도 인플레이션 때문인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지지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고 유보하고 있다.
③출산 전 능력을 인정받던 여성들이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엄마들도 자신의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둘째를 낳고 싶지만 소아과가 더 없어서 애가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4년 동안 공정이란 키워드가 제대로 실현된다면 윤 대통령을 다시 지지할 수 있다. 다만 총선 때는 야당 후보를 뽑을까 생각하고 있다. 한쪽에 너무 힘을 실어주면 위험하다.
MZ세대 대부분은 노동자인데, 반노동 정책을 편다
- 윤모씨(29·여), 서울, 사업가
①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기대했다기보다 이전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생각이 컸다. 규제에 집중했던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공감하지 못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은 서울에 내 집 한 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부합했다. 사업을 하니까 보수정당 후보를 뽑는 게 나에게 이득일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②윤석열 정부가 MZ세대 중요성을 굉장히 설파하는데 오히려 전 정권 때보다 청년 정책이 주는 이점은 적은 것 같다. 사업 자금이 필요해 정책적인 혜택을 알아봤었는데 청년 사업가 대상 정책도 벤처·혁신 분야가 아니면 지원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용주인 나도 청년이고 우리 직원들도 다 청년인데 특정 분야의 일을 해야만 내가 진짜 청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 최근 정부는 계속 노동권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MZ세대는 대부분 노동자다. 현 정부에 대한 청년층의 호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③타인의 말을 잘 듣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에 대해 기억나는 건 밈이 돼버린 우스운 장면들뿐이다. ‘바이든-날리면’으로 설전 벌인 것만 자꾸 생각난다. 외교적으로든 내부적으로든 일도양단하려 하지 말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대통령이 야당과는 만나지 않는데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친구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덮고 가자’ 이후 마음 떠나
- 안모씨(26·남), 경기, 직장인
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가 컸다. 집값이 너무 올라 더불어민주당 말고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정과 상식이 지켜졌으면 했다. 새로운 정부는 실리외교를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② 현재 실망한 정도를 0~10점으로 매긴다면 7 정도이다. 외교는 국익이 달려 있는데 이게 과연 최선일까. 윤 대통령이 중국보다 대만의 편에 서겠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는데 한반도 상황에서 중국을 아예 배제하는 것이 맞나. 중국은 한국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지 않나. 미국 반도체법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덮고 가자고 한 이후로 마음이 많이 떠났다. 나는 한·미·일 안보 동맹, 대일 외교에 있어선 정부의 결단을 존중하는 편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유연하게 할 필요는 있지만 주 69시간제는 후진국으로 가는 길인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는 주 69시간이 아니라 주 72시간을 일할 때도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에 공감하지만 또 너무 늘리다 보면 후진국형 노동환경으로 전락할 것 같다.
③ 미국과 반도체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각 시·군·구에 청년 창업을 전담하는 조직이 생겼으면 좋겠다. 청년 창업 지원 시설이 서울에 쏠려있는 것도 해결됐으면 좋겠다.
여가부 폐지? 대통령 본인한텐 안 중요해도 세상엔 중요
- 윤모씨(31·여), 서울, 공무원 시험 준비생
① 윤석열이라는 사람을 보고 찍은 건 아니다. 민주당을 찍을 수 없어서 당을 보고 찍었다. 찍으면서도 정치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의구심은 있었다. 정치도 하던 사람이 해야 잘하는데 법조인 출신이지 않나.
②윤 대통령의 안하무인 태도를 보고 실망했다. 헌화하더라도 양손으로 하는 게 예의인데 한 손으로 한다든가, 쩍 벌리고 앉아있다든가 하는 기본적인 매너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정치를 잘 모르는 대통령 같다. 여당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게 보기 좋지 않다. 집안싸움을 밖에서 할 필요 없지 않나. 청와대를 이전한 게 마이너스 같다. 그렇게까지 세금을 들여 이전할 건가 싶다. 왜 대통령으로 인해 사람들이 출퇴근하면서 불편해져야 하나. 민생 살린다고 전통시장 돌아다니고 순방 다닌 거 말고 정책적으로 뭘 한 게 없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이 공무원 수를 가장 먼저 줄인 것도 실망했다. 요즘 취업난이 심하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도 필요 없는 작은 부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가부가 대통령 본인한테는 안 중요해도 세상엔 중요할 수도 있다.
③ 대통령이 리더십을 보여주면 좋겠다. 정책적으로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청와대 이전 말고 대통령이 뭘 특별하게 한 게 있나.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요? 공무원 수 다시 늘려주세요.
대통령이 당에 개입하면서 박근혜 정부 때와 똑같다
- 정모씨(19·남), 광주, 대학생
① 이준석 전 대표를 보고 국민의힘 당원에 가입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 민주당의 토착 호남 기득권을 바꿔보고 싶었다. 이 전 대표가 대형 복합 쇼핑몰 유치 공약을 냈다. 결정적으로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는 걸 보고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②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이라는 슬로건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김기현 대표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주장했는데 그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쪽에 줄 선 사람들만 기용한다. 당대표 선거 때 안철수 의원을 입막음하고, 나경원 전 의원도 못 나오게 하고 여러 명을 짓밟았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했다가 탄핵됐는데 지금 윤 대통령이 당에 개입하면서 박근혜 정부 때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외교도 굴욕적이다. 우리는 일본에 돈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 간호법은 공약인데 왜 하면 안 되는지 설명을 못한다.
③ 국민의힘이 중도표를 가져와야 한다. 전광훈 목사같이 5·18을 인정하지 않고 우파를 너무 편향되게 만드는 사람을 쳐내는 것이 살아나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60·70세대 중심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당에 표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직접 광주에 와서 현장을 보면 좋겠다.
정치부 정당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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