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2030 세입자 울린 '먹튀' 집주인 추적…"돈 다 썼고, 신고하라"

이상엽 기자 2023. 5. 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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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30대 세입자들 20여 명으로부터 보증금 24억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한 집주인을 밀착카메라가 만났습니다. 주인은 '화난 목소리'로 못 돌려준다,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배째라인데, 우리 청년들이 이런 집주인을 상대하고 있었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2019년에 지은 경기 수원의 한 빌라입니다.

2030 세입자 16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한 세대당 전세보증금은 1억 2천만원에서 1억 8천만원.

세입자 22명이 집주인에게 맡긴 돈만 24억 5천만원입니다.

집주인은 2019년 28억 5천만원에 빌라를 샀습니다.

대출이 15억원. 나머지는 보증금으로 충당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 연락이 끊겼습니다.

집주인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집주인이 사는 걸로 알려진 인천의 한 아파트입니다.

세입자들도 연락이 끊긴지 꽤 됐다고 하는데 직접 만날 수 있을지 한번 기다려 보겠습니다.

현장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집주인의 차가 나타납니다.

보증금의 행방부터 물어봤습니다.

[최모 씨/집주인 : {전세보증금은 다 어디로 갔어요?} 그러니까 그 돈을 받아서 우리 동생이랑 이렇게 저렇게 했다는 이야기죠.]

동생과 아는 사업가와 다른 빌라를 사고파는 데 썼다는 겁니다.

[최모 씨/집주인 :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가 있어요?} 아니. 못 돌려준다니까.]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취지의 말도 합니다.

[최모 씨/집주인 : 전세보증금을 갖고 있으면서 '나중에 세입자가 나갈 때 돌려줘야지' 하는 집주인이 어디 있어요. {(사업가에)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차OO 씨.} 모르죠. {전화 한번 해보세요.} 그걸 내가 지금 물어봐야 해요?]

사업가와 통화해봤습니다.

[차모 씨/사업가 (집주인과 동업) : 빌라를 하나 지었었다고요, 매교동에. 처음 사업할 때. 전세보증금이 매교동 공사자금으로 들어갔던 거예요.]

둘 다 책임이 없다고 하는 상황.

[최모 씨/집주인 : {임대인이시니까 해결하셔야죠.} 돈이 있어야 갚아줄 것 아니에요. {미안한 마음 안 드세요?} 미안하다고 그랬잖아요. 미안해요.]

오히려 전세사기로 경찰에 신고하라며 큰소리를 칩니다.

[최모 씨/집주인 : 신고하는 게 세입자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라니까. {신고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못 되니까 어떡하라고.]

그러더니 16세대가 빚을 더 내서 빌라를 사라고도 합니다.

[최모 씨/집주인 : 일부러 전세금을 떼어먹기 위해서 그런 건 1도 없어요. {결과적으로 떼어먹으셨잖아요. 보증금은 못 돌려주고 건물값은 오를 테니 사라?}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니까.]

세입자들은 모두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입니다.

"주말에는 카페 알바도 하고 평일에는 회사 다니고."
"허리 골절돼서 후유장애로 받은 돈이었어요."
"28살 인생에서 제가 모았던 전 재산이라고 표현할 수 있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은 담보가 아니라 전부입니다.

돈이 없고 잘못도 없다는 집주인과 부동산중개인.

이들을 처벌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벼랑 끝에 몰린 세입자를 구하는 일입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원섭 / 영상그래픽 : 김영진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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