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매출 급감 이유는?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매출 1위 품목인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주사제의 처방 점유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맞았다.
주사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후발 신약이 시장 경쟁에 합류하면서 약제 처방 전환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오는 2024년 부터는 약값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공세도 앞두고 있어 항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주사제 시장 일대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엘의 VEGF 주사제 아일리아의 글로벌 매출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매 실적이 큰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3분기 16억3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직후 2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아일리아의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5% 가량 떨어져 14억3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개발사인 미국 리제네론 측은 실적 보고서를 통해 "아일리아 매출 하락의 원인은 도매업체의 재고 수준 관리와 관련이 있다"고 언급했으나, 경쟁 약물의 시장 진입 여파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회사는 "황반변성 치료제 분야는 VEGF 주사제 진입 경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VEGF 주사제 시장에는 리딩품목인 아일리아를 비롯해 노바티스의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와 비오뷰(성분명 브롤리시주맙)가 치열한 처방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로슈의 동일 계열 신약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가 작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받고, 올해 1월 국내 허가를 획득하면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아일리아의 매출 하락세는 바비스모의 시장 진입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 유력시 된다. 아일리아의 매출 하락 시점이 바비스모가 본격 론칭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바비스모는 시장 진입이 가장 빨랐던 루센티스에 이어 15년 만에 등장한 네 번째 VEGF 주사제로 평가된다.
실제로 아일리아의 매출이 감소한 만큼 바비스모의 매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 실적은 4억8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4분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출시 1년 만에 신생혈관성(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nAMD) 시장 점유율 12%,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점유율 5%로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로슈는 실적 보고를 통해 "바비스모 스위칭(약제 처방 전환) 환자의 70~80%가 아일리아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여기서 바비스모는 안과 질환 최초의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로 평가된다. 기존 치료제들이 표적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A(VEGF-A)와 함께 망막 혈관의 안전성을 저하시키는 안지오포이에틴-2(Ang-2)를 모두 타깃으로 잡고 있다. 이러한 작용기전을 통해 안구 내 주사 투여 횟수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최대 4개월 간격의 투약법(연 3회)을 가지고 있어, 지금껏 허가를 받은 황반변성 치료제(1~2개월 간격 치료) 가운데 주사 부담이 가장 적다.
이와 관련해, 리제네론은 아일리아의 약효 지속력을 연장시킨 '8mg 용량' 주사제 버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치료제는 오는 6월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기존 2mg 용량에서 용량을 올린 개량형 아일리아 품목으로, '연 3회 투여' 방식을 가진 바비스모의 투약 편의성에 대응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아일리아 8mg 버전이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은 있으나, 글로벌 승인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시장 조사기관인 에버코어(Evercore ISI)는 "기존 2mg 용량과 비교해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된다는 임상적 증거가 아직은 부족하다"며 "습성 황반변성 환자에서는 오히려 더 나쁜 시력 개선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비평했다.
향후 아일리아의 시장 점유 상황도 먹구름이 짙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저렴한 약값으로 동일한 효능을 보이는 바이오시밀러 품목들이 대거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는 물질특허 만료 시점을 고려해 미국에서 오는 2024년 5월 18일, 유럽 지역에서는 2025년 6월 1일부터 판매가 가능해졌다.
현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로 정식 허가를 받은 품목은 없지만 다수가 상용화에 근접했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은 아일리아 물질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글로벌 허가 신청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내년 시작될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얘기다.
삼천당제약은 작년 9월 임상 3상을 마친 뒤 올해 초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최종 결과를 발표했으며 미국, 유럽 등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 3월 임상 3상을 마친 뒤 분석을 통해 최종 결과를 공개했다. 셀트리온과 알테오젠 역시 진행 중인 3상 결과를 근거로 주요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기업으로는 암젠과 산도즈 등이 최종 임상을 완료했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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