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MZ·중도 “공정과 상식은 없었다”
“전당대회 때 안철수 의원 입막음하고, 나경원 전 의원 못 나오게 하고 여러명 짓밟았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토착 기득권이 싫고 ‘노잼’(재미없는) 도시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짓는다는 공약에 기대를 걸었던 광주 대학생 정모씨(19)가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박근혜 때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공정과 상식이라는 대선 슬로건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가 지지를 철회한 MZ세대(10~30대) 중도층 8명을 인터뷰했다. 성별과 지역, 직업군을 다양하게 해 폭넓은 얘기를 듣고자 했다. 대부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민주당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 윤 대통령의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 ‘공정과 상식’ 슬로건이 좋아 윤 대통령을 찍었다가 돌아선 이들이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윤모씨(29)는 “윤석열 정부가 MZ세대 중요성을 설파하는데 오히려 전 정권보다 청년 정책에 이점이 적다. 벤처·혁신 분야가 아니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MZ세대 대부분이 노동자인데, 노동권에 반하는 정책을 편다”고도 했다. 부산의 취업준비생 전상민씨(38)는 정부 초반 낙마한 정호영·김인철 장관 후보자를 거론하며 “(그들이) 청년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아빠 찬스, 온가족 장학금 등) 행동이 많았는데 물러나기 전까지 감싸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윤모씨(31)는 “대통령이 한 손으로 헌화를 하거나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등 안하무인인 태도를 보고 실망했다”고 했다.
경기도 한 신도시에 살고 있는 ‘워킹맘’ 장모씨(32)는 최근 열이 40도 넘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2시간 동안 문을 연 소아과를 찾아다닌 경험을 말하며 “소아과가 부족해 오전 접수 5분이면 대기 100명이 찬다”면서 “ ‘아이 낳으면 얼마 준다’식 접근은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장모씨(34)는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너무 미국에 쏠리는 외교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대통령이 ‘바이든-날리면’ 사건 같은 말실수를 한 것부터 변명 내용까지 (이런 건) 전부 처음 본다”고 외교 문제를 지적했다. 경기도 직장인 안모씨(26)는 “친구들은 대통령이 일본과의 과거사를 덮고 가자고 한 이후 마음이 떠났다”고 했다.
부산의 간호대생 김건우씨(24)는 “이준석 전 대표가 저 정도 개혁하면 보수를 지지할 만하다 생각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이 전 대표를 축출했다”고 지지 철회 이유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는데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에 비협조할 때 정말 크게 실망했다”고 했다.
정치부 정당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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