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112팀장 “보고서상 이임재 도착 시간, 현장 인식과 달라”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서 112팀장 증언
“‘10시17분 도착’ 확실치 않아 작성 거부”
“허위공문서 위험 112상황실장에 보고”
서울청에 교통기동대 요청했으나 묵살
“이임재, ‘교통기동대’→‘기동대’ 수정 지시”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보고서에 적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53)의 도착 시간이 현장 근무자의 인식과는 달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은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52)등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관계자 5명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등 3명은 지난해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사전대응을 소홀히 하고, 참사 발생 이후의 조치도 미흡해 사상자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는다. 또 참사 당일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도착시간 등을 허위로 적은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 운영지원팀장을 지낸 A경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A경감은 참사 발생 이후 송 전 실장이 이태원파출소에서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데이 현장 조치상황(1보)’ 상황보고 문건과 관련해 “(문건에 적힌) 이 전 서장의 도착시간이 주관적 인식과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의 상황보고는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또는 경찰청 112상황실에 보내는 상황보고서의 기초자료로 쓰인다. 해당 1보 상황보고에는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시간이 오후 10시17분으로 기록돼있었다.

이에 대해 A경감은 “오후 10시17분은 인파를 통제할 때라 이 전 서장을 보지 못한 것 같아 의문을 가졌다”며 “송 전 실장에게 문건을 못 쓰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뉴얼상으로는 시간을 특정하게 돼 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면 모르지만 기록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니 송 전 실장에게 차라리 안 쓰는 게 더 낫겠다고 말했다”며 “허위공문서 작성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제가 작성한) 2보에서는 시간을 뺐다”고 설명했다.

해당 1보 상황보고 문건은 이 전 서장과 함께 기소돼 이날 재판에 출석한 용산서 생활안전계 서무를 맡았던 최 모 경위가 작성했다.

A경감은 “경찰관 경력과 경험에 비춰 이 문서가 서무 1인이 작성할 만한 문서냐”는 질문에 “적어도 무전을 다 들으면서 현장을 통제하는 위치에 있어야 이렇게 구체적으로 시간을 특정하며 쓸 수 있다”며 “최 경위가 작성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A경감은 용산서와 서울경찰청 사이 ‘경찰 기동대 요청 공방’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에 교통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참사 다음날 작성된 이태원 참사 사고 발생 보고서와 관련해 A경감은 “보고서에 ‘교기대(교통기동대) 요청’이라고 명시해 정리했으나, 이 전 서장의 지시에 따라 ‘기동대 요청’이라고 수정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다며 “경찰청 경비국의 연락을 받고 다시 원래대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경찰청이 10월15일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도 기동대 지원을 하지 않았고, A경감 등이 실무적으로 확인한 결과 서울청으로부터 경비기동대 지원을 받기 어려우리라 판단해 교통기동대만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 전 서장이 사전 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교통기동대 요청’을 ‘기동대 요청’으로 수정을 지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