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는 자영업자 급증… 연체율 3년만에 가장 높아

강길홍 2023. 5. 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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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가 가장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갚지 못해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저소득층 자영업자는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미 연체율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대출의 70%가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차주)로 나타났다. 대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두 달 연속 1000조 돌파= 8일 한국은행이 국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소득 수준별 대출 잔액·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이다. 3분기(114조2000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1000조원을 넘었다.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19년 4분기(684조9000억원)와 비교하면 48.9%나 늘었다.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0.19%에서 4분기에는 0.26%로 3개월 사이 0.07%포인트(p) 뛰었다. 0.26%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 0.29%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다.

저소득층(소득 하위 30%)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7%에서 4분기 1.2%로 0.5%p 높아졌다. 이 계층의 연체율 1.2%는 2019년 4분기(1.3%) 이후 3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0.7%)도 2020년 2분기(0.7%) 이후 2년 6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코로나 사태 이후 3년간 대출 증가 폭이 가장 큰 계층도 저소득 자영업자였다. 저소득층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2019년 4분기 70조8000억원에서 2022년 4분기 119조9000억원으로 69.4%나 불었다.

◇문턱 낮은 제2 금융권 비중 높아=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제2 금융권 대출 급증 현상이 두드러진다.

3년(2019년 4분기∼2022년 4분기)간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이 45.8%(49조3000억원→71조9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상호금융 대출은 2.3 배(16조1000억원→37조1000억원)로 뛰었다.

저소득층 대출은 보험사에서도 2.1배(8000억원→1조7000억원)로 늘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털 등)에서도 57.9%(1조9000억원→3조원) 증가했다. 대부업을 포함한 기타 금융기관의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액은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에서 2.92 배인 3조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전체 70.6%가 다중채무자 대출=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 중 다중채무자의 대출이 720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70.6%가 다중채무자 대출인 것이다. 다중채무자의 연체율 또한 2021년 4분기 0.8%였던 것에서 지난해 4분기 1.1%로 0.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잔액 중 은행권 대출은 618조5000억원이었으며, 비은행권 대출잔액은 40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대출잔액이 1년 전보다 5.5% 증가하는 동안, 비은행권 대출잔액은 24.3%나 증가했다. 이에 전체 자영업자 대출잔액 중 비은행권 대출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분기 35.5%에서 2022년 4분기에 39.4%로 늘었다.

상호금융업권은 26.8%, 보험업권은 16.9%, 저축업권은 20.7%, 여신전문업권은 9.7% 늘어 비은행권 대출잔액 증가율은 모두 은행권의 대출잔액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대부업 등 고금리로 대출을 발행하는 업권의 대출잔액은 48조5000억원에서 55조9000억원으로, 1년 만에 14.8% 늘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상호금융·대부업체 등 비(非)은행권의 중·고금리 대출을 크게 늘려왔다"면서 "향후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제2금융권에서 건전성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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