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숨 넘어가는데 딴 데 가세요
지난 3월 16일 새벽, 서울 중랑구. 엄마는 잘 자던 3살배기 아기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챕니다. 아기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 상태로 호흡곤란 증상까지 보이고 있었죠.
병원으로 가려고 하지만 출근 시간과 겹쳐 도로 한가운데 갇혀버렸고 결국 경찰을 부릅니다. 그리고 모세의 기적을 보여준 차들 덕에 3분 만에 병원에 도착, 아기는 생명을 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도착했음에도 병원에서 자리가 없다며 아기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아기는 어떻게 됐을까요.
사흘 뒤 대구 건물 4층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그랬습니다. 당시 의식이 있었던 여학생을 구급대가 병원으로 옮기지만 무려 8개 병원에서 여학생을 받지 않았거든요.
그러는 동안 2시간 이상이 흘러 결국 여학생은 숨집니다.
처음 찾은 대구파티마병원은 전문의가 없다고, 경북대병원은 병상이 부족하다며 수용을 거절했는데 실제론 빈 병상이 있었고 병원 내 환자의 상당수도 경증이었다고 하죠.
그다음 찾은 계명대 동산병원은 다른 수술이 시작됐다고,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자리에 없다며 환자를 받지 않았습니다.
물론 병원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굳이 큰 병원을 찾을 필요 없는 병임에도 상급병원부터 찾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가 많다는 점도, 환자의 이송, 전원체계가 비효율적인 면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그냥 놔뒀다는 겁니다.
12년 전, 아덴만 여명작전 구출 과정에서 6발의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응급 구조 헬기로 옮기는 데 4억 4천만 원이 들어 벽에 부딪히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내 돈이라도 내겠다"고 나서 석 선장을 기적적으로 살려냈다지요.
우린 언제까지 이런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해야 할까요.
어떤 의사, 어떤 병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환자가 죽고 산다면 그게 선진국일까요. 이런 시스템을,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가만있다가 나중에 그 자리에서 물러난 뒤, 내가, 내 가족이 저런 일을 당한다면 그땐 어떤 후회를 하시겠습니까.
맞습니다, 바로 그런 마음으로 지금 맡으신 그 일을 하시면 되는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숨 넘어가는데 딴 데 가세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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