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정부들, 해외기업 모시기 '핵무장급 경쟁'
과도한 인센티브 등 우려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시행 이후 미국 각 주(州)들이 '핵무장급 군비 경쟁'으로 해외 기업 투자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반도체, 청정 기술 분야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각자의 주에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청정에너지 등 부문에서 3690억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IRA와 관련해 미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기업들을 자신들의 주로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아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지아주는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배터리 제조기업 프레이르의 26억달러 규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3억5800만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공했다. 프레이르는 이 공장의 건설을 위해 미국 내 25개 이상의 주를 후보지로 고려했다고 FT는 전했다. 조지아주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짓는 전기차 공장에 세금 감면 등을 포함해 18억달러(약 2조3758억원)의 인센티브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자동차 분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인센티브다.
인센티브가 아닌, 아예 주정부 차원에서 별도 입법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자체 반도체법을 만든 텍사스주, 친환경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주기로 한 뉴욕주 등이 대표적이다.
FT에 따르면 이들 주 외에 오리건, 아이다호,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등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고조되는 주들 간 경쟁으로 인해 서로 간의 출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든 주가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하면서 투자 유치에 뛰어들지만, 결국은 가장 많은 금전적 혜택을 주는 지역이 낙점되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단체 굿잡스퍼스트의 그레그 리로이 사무국장은 "각 주끼리 과다 지출하고 서로를 갈기갈기 찢으며 밑바닥에서 경쟁하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모두가 인센티브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핵군비 경쟁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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