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시장 어렵다는데…'하트·삼선' 신명품도 '가성비' SPA브랜드도 불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으로 패션업계가 매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MZ(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신(新)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유행에 민감한 패스트패션(SPA, 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도 실적 회복세를 나타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명품 강자로 꼽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1%, 36% 증가한 5260억원, 570억원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하트(브랜드 아미), 삼선(톰브라운), 여우(메종키츠네) 모양 상징을 내세운 신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며 최근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에도 아미의매출은 50% 가까이 뛰었고, 메종키츠네 매출 역시 20% 안팎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신명품 브랜드의 매출 증가율이 올해 1분기에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며 "SSF샵(자체 온라인쇼핑몰) 매출도 20%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의류 소비 둔화 우려에도 상품성 개선과 온라인 강화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매출이 30% 넘게 뛴 점도 특징. 예년보다 따뜻해진 봄을 맞아 나들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의류를 구입할 수 있는 SPA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SPA 브랜드도 지난해 엔데믹 전환을 거치며 실적이 개선됐다. 제조와 유통을 함께 하는 스페인 자라, 스웨덴 H&M, 일본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의 연간 실적 역시 회복세다.
자라리테일코리아 등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2022년 2월∼2023년 1월) 기준 국내의 자라 매출은 5552억원으로 전년보다 9% 증가했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72% 급증한 63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자라의 경우 국내 오프라인 매장 실적은 자라리테일코리아, 온라인 실적은 아이티엑스코리아를 통해 별도 공시하고 있다.
특히 엔데믹 효과로 온라인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12%)을 보여 제자리걸음을 기록한 온라인 매출 증가율을 웃돈 점이 특징이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12% 늘어난 4142억원을 기록했고, 온라인 매출은 1410억원으로 2021회계연도(1410억원)과 같은 수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27% 급감하고 온라인 매출이 57% 뛴 2021회계연도와는 다른 양상이다.
H&M의 지난해 실적도 회복세를 나타냈다. 11월 결산법인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2022회계연도(2021년 12월∼2022년 11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2%, 81% 늘어난 3367억원, 166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결산법인인 유니클로 역시 지난해 여름까지 실적이 호전되는 흐름을 보였다.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은 7042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5824억원)보다 2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48억원으로 116.8% 껑충 뛰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지분율 51%)과 롯데쇼핑(49%)의 합작법인이다.
패션업계는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호실적을 거둔 브랜드들이 올해 기저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MZ세대 수요를 확보한 SPA나 신명품 브랜드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놨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의류 시장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도 "국내 패션 소비는 고가와 저가 의류로 양극화하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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