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덕에 안전히 등교해요” 고사리손이 건넨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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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초등학교 2층 회의실.
부전초 한영천 교장이 "오늘이 무슨 날이죠?"라고 묻자 학생들은 "어버이날"이라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난 1월부터 통학로 교통 봉사를 하고 있는 부산진시니어클럽 곽영일(82) 씨는 "어버이날에 학생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기특한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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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인근 홀몸노인 집에도 들러
- 함께 트로트 부르며 즐거운 시간
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초등학교 2층 회의실. 부전초 한영천 교장이 “오늘이 무슨 날이죠?”라고 묻자 학생들은 “어버이날”이라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부전초 학생들은 어버이날을 맞아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교통 자원봉사자, 배움터지킴이, 청소·방역 봉사자 어르신 18명을 대상으로 편지와 카네이션을 전달했다.
김난희(부전초 6) 양은 “어르신 덕분에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어요. 항상 학교 정문에서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드리는 편지와 카네이션을 받으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세요”라며 직접 쓴 감사 편지를 낭독했다. 이날 학생들은 평소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표현했다.
학생들의 감사 편지를 읽은 어르신들의 눈가는 금세 촉촉해졌다. 지난 1월부터 통학로 교통 봉사를 하고 있는 부산진시니어클럽 곽영일(82) 씨는 “어버이날에 학생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기특한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6학년 학생 55명은 교문 밖을 나섰다. 학교 담장과 불과 1m가량 떨어진 주택가에 사는 노인들에게 카네이션과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대다수는 홀몸노인이다. 지난해까지 학교 안 어르신을 대상으로 어버이날 행사를 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학교 밖 어르신을 위한 ‘학교 담장 넘어 1m 효·사랑 실천’ 행사를 준비했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 의미를 더했다.
“똑똑똑, 할아버지, 할머니 계세요?”라며 학생들이 문을 두드리자 굳게 닫힌 대문이 열렸다. 김월순(87) 할머니가 환한 얼굴로 학생들을 맞았다. 조예준(부전초 6) 군은 미리 연습한 트로트 한 소절을 맛깔나게 불렀다. 김 할머니는 손뼉을 치며 학생들의 재롱을 흥겹게 지켜봤다. 조 군은 “신나는 트로트를 좋아하실 것 같아 영탁의 ‘찐이야’를 불렀다”며 선곡 이유도 밝혔다. 적막했던 집이 어린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김 할머니는 “초등학교 개교(1966년) 전에 터를 잡아 60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학생들이 집을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며 “현관 문을 열면 학교 운동장이 바로 보여 운동회도 자주 봤었다. 코로나19 이후 교류할 기회가 없었는데 직접 보러 와 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리코더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최선희(70) 할머니도 “어버이날도 적적하게 혼자 보낼 뻔했는데 깜짝 방문해 줘서 감동받았다”며 “모두 우리 손자, 손녀 같다”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한 교장은 “어버이날이라고 하면 가정에 있는 부모님만 생각하는데, 어린이들이 다양한 어른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효 사상은 교육의 출발이다. 내년에는 학교 밖 어르신을 만나는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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