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때 즐거운 분위기’ 강조한 김병수 수원 신임 감독, ‘병수볼’은 패배 의식에 젖은 수원을 깨울까[김배중 기자의 볼보이]

화성=김배중기자 2023. 5. 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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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프로축구 수원의 8대 감독으로 선임된 김병수 감독이 8일 경기 화성의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화성=뉴시스

“훈련에서 선수들이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경기에 몰입한다. 그 환경을 만들겠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의 김병수 신임 감독(53)은 8일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17일 경질된 이병근 전 감독의 후임으로 수원의 8대 감독으로 4일 선임됐다. 5일 수원과 인천과의 방문경기를 지켜본 뒤 7일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 뒤 선수들과 본격적인 훈련을 함께 했다. 10일 전북과의 안방경기에서 수원 사령탑으로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김 감독은 “(K리그1에서는) 누가 이겨도, 반대로 누가 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전력이 비슷하다. 축구적인 요소보다 심리적인 상황이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앞서 김 감독은 2018년 8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강원의 지휘봉을 잡았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수원에 대해 “11경기에서 9골을 넣고 18골을 내줬다는 것은 균형이 깨졌다는 의미다. 그 지점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했다.

전통의 명가 수원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수원이 개막 10경기 무승(2무 8패)을 기록하는 등 창단 이후 최악의 상황에서 팀을 맡아 마냥 기뻐하긴 힘들다. 김 감독도 “팀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변화’를 언급하면서도 “천천히 방법을 찾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2019시즌 당시 K리그에서 ‘병수볼’ 열풍을 이끈 강단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팀의 감독 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만약 누군가 해야 한다면 도전을 피할 이유는 없었다. 어쩌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욕을 먹더라도 성장할 수 있다면 해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어 “당장 전술적으로 크게 변할 수 없고 선수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걸 억지로 강요할 수 없지만 ‘스타일’의 변화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름 이적시장에 대해 “선수단을 파악하고 취약점을 분석한 뒤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집중적인 보강을 노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2019시즌 당시 강원을 6위로 ‘파이널A’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강원은 전북(72골), 울산(71골) 다음으로 리그에서 많은 골(56골)을 넣었는데, 4골을 허용해도 5골을 넣어 이기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구사해 팬들에게 ‘병수볼’로 불렸다. 이번 시즌 11경기에서 9골을 넣어 뒤에서 두 번째에 있을 정도로 수원의 공격력은 부진하다. 선수들이 부지런히 뛰며 공격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 병수볼과 만날 때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다. 일단 김 감독은 패배의식에 찌든 선수들로 하여금 ‘축구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며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김 감독과 한 시즌을 함께 할 코치진 구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 주승진 수석코치, 김주표 코치(2군 및 피지컬 보조), 신화용 골키퍼 코치 등이 김 감독과 함께할 새 코치진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모두 수원 출신들이다. 김 감독은 “중도 부임이라 코치진 구성이 굉장히 어려웠다. 또 팀을 모르는 인사들과 같이 하자니 선수파악에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시간 절약을 위해 그만한 사람들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14년째 수원에서 여러 보직을 맡아온 주 수석코치에 대해 “당사자는 계속 고사했지만 (내가 감독을 맡은 이유처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했다. 선수단이나 코치진에 당장 외형상의 큰 변화가 없는 만큼 김 감독의 말대로 선수단 전체가 즐거워져야 수원의 경기력도 달라질 수 있다.

수원과 김 감독의 동행은 시작됐다. 첫 지도자를 시작한 영남대 시절 영남대를 대학부 최강으로 조련하는 등 다양한 전술을 기반으로 팀 전력을 극대화시켜온 김 감독을 두고 한준희 해설위원 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한국의 페프 과르디올라(현 맨체스터 시티 감독)”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한 해설위원은 “영남대 감독 시절부터 전술이론 공부가 많이 돼있고 축구관도 확고하다”고 말했다.

김병수 수원 감독의 강원 사령탑 시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다만 강원과 결별하기에 앞서 구단과 갈등을 겪으며 아쉬운 뒤끝을 남겼다. 김 감독은 “한번 실패했다고 인생에서 낙오되는 게 아니고 반대로 잘 했다고 해서 반드시 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열심히 해서 그런 부분을 불식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3일 강원 방문경기에 대해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있지만 일단 반가울 것 같다. 평정심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선수단에 전한 김 감독의 ‘즐겁게 하자’는 메시지가 푸른 피에 깃들어있던 불순물을 걷어낼까.

화성=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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