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 돈 많아, 만나봐" 男상사 발언…법원은 성희롱 인정

[아이뉴스24 이정민 기자] 직장 상사가 신입 여사원에게 나이 차이가 20살 가량 나는 남성 직원과 사귀어 보라고 권유한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부장판사 이원중 김양훈 윤웅기)는 여직원 A씨가 상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1심을 유지하고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직장 상사가 신입 여사원에게 나이 차이가 20살 가량 나는 남성 직원과 사귀어 보라고 권유한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진=pixabay]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앞선 1심과 같이 상사인 B씨의 발언이 성희롱이라고 판단, 여직원 A씨의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상사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해,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입사 4개월 차 신입사원인 A씨가 처음 보는 옆 부서장인 B씨 등 다른 상사 3명과 점심을 함께한 자리에서 발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A씨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묻자 A씨는 “○○역 쪽에 산다”고 답했고, 근속연수 25년인 간부 B씨는 “○○역? C씨도 거기에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말했다. C씨는 당시 자리에 없었던 다른 부서 직원으로, A씨보다 20세 가량 많은 미혼 남성이었다.

B씨는 이어 A씨에게 “치킨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A씨가 “좋아한다”고 답하자 “C씨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재차 말했으며, 이에 A씨가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거 같아요”라고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B씨는 계속해서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대화가 사내에서 공론화됐고, 회사 측은 인사 발령을 통해 두 사람을 분리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휴직까지 하게 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같이 있었던 자리라는 상황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이라며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겠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B씨는 “노총각인 남성 동료에 관한 농담일 뿐 음란한 농담과 같은 성적인 언동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도 성희롱 판단 기준 예시로 규정돼 있다”면서 “B씨가 A씨에게 진지하고 충분한 사과를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정민 기자(jungmin7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