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음주운전’ 형량줄이기 꼼수
[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배승아 양 사고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특히 어린 목숨을 앗아간 음주운전자,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요.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도 음주운전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차 한 대가 도로를 역주행하고 있는데요.
경찰차가 바로 그 뒤를 추격합니다.
2km 정도의 추격전 끝에 이 차는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했고요.
사고로 택시 기사가 목숨을 잃고, 승객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 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고요.
동승자 두 명 역시 방조 혐의가 있는지 조사 중입니다.
특히 이 운전자, 다섯 번째 음주운전이었는데요.
소식을 들은 피해 택시 기사 유족들은 망연자실했고, 운전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고통에 신음하는 사이, 음주 운전자들은 자신들의 감형 방법을 찾고 있는데요.
음주운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형 조언을 구하는 글과, 감형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하루가 멀다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음주 운전자 단체채팅방에서는 이렇게 음주운전 양형 자료 리스트도 공유되고 있는데요.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 헌혈이나 봉사, 기부, 장기기증 증빙 자료입니다.
실제로 헌혈과 기부를 이유로 감형된 음주운전 사례도 많은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이 법의 맹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한나/변호사 : "(기부) 재단이나 헌혈을 받은 곳이나 이런 분들이 이 사람의 음주운전을 용서한다는 취지로 그런 것들을 받아서 작성해 주는 게 아니거든요. 일방적으로 내가 했다고 법원에 통보하는 자료로 해서 악용이 되고 있는 거죠."]
지난해 음주 운전자 가운데 42%가 두 번 이상 적발된 사람들이었습니다.
5번 넘게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5천 명을 넘었고, 음주운전에 7번 넘게 적발된 사람도 천 명 가까이 됐습니다.
이렇게 음주운전에 여러 차례 적발되고도, 이들은 어떻게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던 걸까요?
우리나라는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짧게는 1년, 길어야 5년이 지나면 다시 면허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외국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음주운전 정도에 따라 면허를 영구 박탈하기도 합니다.
음주운전의 약한 처벌도 한몫하는데요.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음주운전을 하고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운전자는, 10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했습니다.
[정형근/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수준)이 이렇게 매우 낮지요. 범죄라기보다도 재수 없이 걸렸다는 그런 제재받는 것으로 보는 거거든요. (또) 처분을 감경해 줄 수 있는 사유를 광범위하게 두고 있기 때문에 정말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자만 억울하고…."]
국회에서도 최근 관련 법 발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는데요.
이런 우리 법은 지난달, 어린 꿈나무, 9살 배승아 양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못다 핀 꿈이 이름 석 자로 남아 같은 사고로부터 또래 아이들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
유족들이 아픈 마음을 뒤로하고 배승아 양의 이름을 공개했던 이유이자, 그동안 미뤄왔던 음주운전 관련 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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