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북한 상대 손해배상' 또 이겼다, 다만…실익 있을까

김진아2 기자 2023. 5. 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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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6·25 때 국군포로 3명 北에 손배소 내 승소
긍정적 판례 쌓였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
소송적격 의견 갈려…추심금 소송도 패소
"국가가 사법부 집행 어떻게 도울지 지켜봐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돼 노역을 하다 탈북한 국군포로 김성태씨가 8일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3.05.0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제노역 피해를 호소하는 탈북 국군포로에 대한 북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하급심에서 북한의 소송당사자 여부를 둘러싼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고, 국내 유일한 북측 자산에 대한 배상 집행 소송 무산으로 법원 판결의 강제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이날 오전 김성태씨 등 3명의 탈북 국군포로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북한이 6·25 한국전쟁 당시 피해자들에게 강제노동을 종용하고 억류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김씨 등에게 각각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할 것을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탈북 국군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두 번째 사례다. 지난 2020년 7월 국군포로 2명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이날 판결은 사법부가 한국전쟁 당시 북측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또 한번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소송 당사자 적격 여부를 둘러싼 견해가 엇갈리고 있고, 실제 배상을 둘러싼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패소하면서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 및 부속도서'로 규정한다. 북한의 경우 사실상 지방정부와 유사한 정치적 단체가 지배하는 것으로 보고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볼 수 없지만, 반국가단체라는 규정에 근거해 손해배상 소송의 상대방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민사소송에서 소송당사자는 당사자 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개인이나 법인이 이에 해당한다. 법인이 아닌 사단이나 재단의 경우 비법인사단으로 당사자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데, 북한을 남북관계발전법 등에 근거해 비법인사단으로 볼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법원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유족과 부상자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한 재판부는 "헌법 및 국내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은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비법인 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돼 노역을 하다 탈북한 국군포로 김성태씨가 8일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3.05.08. photocdj@newsis.com

이는 북한을 비법인사단으로 분류해 소송 당사자로 볼 수 있다는 주장과 일치하는 의견이다. 이날 재판부 역시 판결문을 통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다.

반면 지난해 1월 파생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법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2020년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들은 남북경제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추심금 소송을 낸 바 있다.

경문협은 2005년 북한 내각의 저작권 사무국과 협약을 통해 조선중앙TV 영상 등 북한 내 저작물 사용시 저작권료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대북제재로 인해 송금이 어려워지자 매년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왔고 이는 국내 유일의 북한 자산으로 여겨졌다.

약 16억원으로 추정되는 공탁금에 대해 법원은 원고 측 요청에 따라 경문협에 추심명령을 내렸으나 경문협이 이를 거부했고, 결국 원고들이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송 심리를 맡았던 재판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이 피고(경문협)에 대한 채권을 가질 수 있는 권리능력(비법인사단)이 없고, 설령 권리능력이 인정된다고 해도 피고에 대해 채권(피압류채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경문협 판결의 경우 2020년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을 소송 당사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리가 선행돼야 이후 계속되는 논란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심금 청구 소송 결과로 인해 법원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 여부도 확신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소송 결과에 불복해 원고 측은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승소 판례가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실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사법부 집행을 국가가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해 지켜봐야할 뿐만 아니라 현재 각 1심 판결이 결론이 나기까지 추이를 살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선고 직후 김씨와 소송대리를 맡은 물망초 등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같이 기쁘고 뜻 깊은 날을 위해 조국에 돌아왔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이 세상을 떠나 보지 못했다"며 "죽는 날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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