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도로 위 흉기’ 상습 음주운전 처벌·치료 병행돼야
재범률은 44.6% 달해… 스스로 술 조절 불가능
정확한 진단·전문치료 명령 등 적극적 개입 필요
얼마 전 대낮인 오후 2시20분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 상태인 운전자 A씨(66)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세 여아를 치어 숨지게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대낮 음주운전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피해가 곳곳에서 잇달아 발생해 음주운전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낮에 마신 술은 밤보다 어떻게 신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낮 시간대는 신진대사가 활발해 체내 알코올의 흡수가 빠른 데다 낮술은 짧은 시간 내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어 더 빨리 취하기 쉬운 조건이 된다. 습관적으로 낮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치료가 필요한 문제적 음주자이거나 알코올 금단 증상으로 인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신체의 모든 활동이 감소하는 밤과 달리 낮에는 술을 마신 후에도 활동량이 많아 혈관이 더욱 확장돼 두통이 발생하고 숙취 현상까지 심화될 수 있다. 낮술은 자칫 알코올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피해야 하는 잘못된 음주 습관 중 하나다. 음주운전과 관련해 불거진 문제점 중 하나는 적발된 운전자 가운데 초범이 아닌 재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21년 경찰청 통계 기준 음주운전 재범률은 44.6%로 나타났다. 7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 적발 건수도 2018년 866명에서 2021년 977명으로 12.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사랑중앙병원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알코올의존증 운전자 192명 가운데 음주운전을 경험해 본 환자는 무려 76%(146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61%(89명)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상습 음주운전자인 것으로 나타나 음주운전 재범률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실제 다사랑중앙병원에 재직 중인 상담사들은 알코올의존증 가족 상담 시 남편 혹은 부모님 등의 음주운전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도로 위의 흉기’ 음주운전은 왜 뿌리 뽑지 못하는 것일까.
이번 사건과 같이 대낮에도 거리낌 없이 상습적인 음주운전 행태를 보인다면 이미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방증한다. 이는 강력한 규제와 형사처벌 외에도 음주운전자의 알코올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음주교육, 상습 음주운전자 알콜올 전문병원 치료 명령,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설치 의무화 등 실정에 맞는 제도가 적극 개입될 때 음주운전 역시 재범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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