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출하는 분양형 호텔 피해…관리 ‘사각지대’
[KBS 부산] [앵커]
네, 앞서 보신 것처럼 분양형 호텔 투자 피해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강예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우선 분양형 호텔이 뭔지, 또 언제부터 이런 투자가 많아졌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분양형 호텔은 말 그대로 호텔 객실 하나하나를 아파트처럼 개인에게 분양한다는 개념입니다.
호텔을 지을 때, 투자자들이 객실 하나당 몇억 원씩 투자하고요.
이후 운영사가 호텔 운영 수익의 일부를 객실 분양자들에게 나누면서 운영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분양형 호텔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호텔 특별법'이 만들어진 뒤 많아지기 시작했는데요.
해외 관광객이 늘어 부족한 숙박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크게 풀었습니다.
규제가 풀리자 전국적으로, 특히 관광지인 부산, 제주 등을 중심으로 분양형 호텔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분양형 호텔에 투자한 사람들, 대부분 수익금도 받지 못하고 있고, 또 법적 소송 중이라면서요?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전국 150여 개 분양형 호텔 중 한 곳 빼곤 모두 법적 소송 중이라고 하는데요.
사실상, 법을 시행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규제가 풀린 틈을 타 너도 나도 호텔 사업에 뛰어 들다 보니, 자본이나 운영 능력이 없는 업자들도 시장에 대거 들어오게 됐죠.
이렇게 무분별하게 호텔이 들어서 공급 과잉이 되니 막상 호텔 운영에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게 된 거죠.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수익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습니다.
[앵커]
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피해자들을 보호하거나, 구제하는 방안도 없나요?
[기자]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됩니다.
영업이 안 돼서 운영이 어려운 경우에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요.
더 심각한 건 앞선 사례처럼 영업이 어렵지 않은데도, 수익금을 받지 못하는 경웁니다.
수익금 반환 소송까지 해서 이겨도 돈을 받지 못하니 피해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데요.
취재를 해보니 운영사들이 돈을 안 주고 버티는 건 기본이고, 투자자들이 가압류를 걸면 일부러 파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익금을 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수익금을 안 주니까 호텔을 직접 운영해 수익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운영사가 엘리베이터 사용 못 하게 하고, 단전, 단수시켜서 교묘하게 직영을 못 하게 방해하는 거죠.
[앵커]
이렇게 피해가 반복되는데, 왜 관련 대책이 안 나오는 겁니까?
[기자]
한 마디로 설명하면, 이 문제를 책임지고 관리할 정부 기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법상 호텔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입니다.
그런데 문체부는 관광진흥법상 일반 호텔만 자기들 소관이지, 분양형 호텔은 특별법상 소관이 아니라 관리하기 어렵다, 이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분양형 호텔의 영업신고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역시 비슷한 입장입니다.
영업신고와 위생관리만 맡을 뿐, 피해 구제 등은 우리 권한 밖이다, 이런 입장인 거죠.
이런 문제가 이미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어요.
당시 문체부 장관이 직접 앞으로 관계부처 간 회의를 해 문제 해결하겠다.
이렇게 공언했지만, 저희가 이번에 취재를 해보니 아직도 논의된 사항은 없다고 합니다.
분양형 호텔 투자 피해자는 현재 집계된 것만 5만 명, 피해 규모도 10조 원에 달하지만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피해가 계속되는데 대책은 없다, 참 답답한 상황이군요.
강예슬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강예슬 기자 (yes36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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