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지원 창업기업 70% '사실상 폐업'
10곳 중 7곳 5년 넘도록 고용 없어
업계선 "이미 페이퍼컴퍼니 전락"
돈가뭄·고금리 겹쳐 줄도산 우려
"경기까지 위축···위기 지금부터 시작"
우량 창업 기업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기업 10곳 중 7곳은 사실상 폐업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7,0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설립된 지 5년이 넘었는데도 고용 인력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이 70%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투자금 가뭄과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초기 창업 기업들의 줄도산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서울경제가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요 4개 창업지원사업 현황(2017~2019년)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정부 지원을 받은 창업 기업 8400개 업체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용 인원이 한 명도 없거나 1명이 곳이 69.8%(5864개)에 달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지 5~7년 가량 지났지만 고용 실적은 거의 없는 기업이 70%에 육박하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예비창업패키지 등의 사업에 매년 약 1000억 원의 예산을 각각 지원한다. 함께 분석 대상으로 삼은 창업선도대학과 기술혁신형창업지원 사업에도 2018년 기준으로 각각 922억 원과 1185억 원이 투입됐다. 업계에서는 법인 설립 후 수년이 지나도록 고용 인원이 없으면 사실상 폐업한 것으로 간주한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이영 중기부 장관도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기업 설립 5년이 지난 뒤 매출액은 없을 수도 있지만 고용 실적이 없다면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수천 억 원의 예산이 창업시장에 투입됐지만 고용창출 효과는 거의 없는데다, 사실상 기업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들이 수두룩 한 것이다.
창업 기업들의 총 고용 인원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투자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사업을 접은 창업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7년 창업선도대학 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는 전년 대비 총고용 인원이 약 8% 늘었지만, 12월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4% 줄었다. 같은 사업에 2018년 선정된 기업들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고용이 늘었지만 연말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사실상 폐업 상태인 기업이 많다 보니 창업 기업들의 고용 창출 효과도 미미했다. 서울경제가 조사한 8403개 기업의 2022년 1개 사업장 당 평균 고용 인원 수는 3.74명에 불과했다. 2년 전 평균 고용 인원 수(3.37명)에서 0.37명 늘어나는 데 그친 수치다. 특히 예비 창업자에게 사업 자금과 교육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예비창업패키지사업의 평균 고용 인원 수는 2022년 기준 1.18명에 그쳤다. 2019년 사업 개시 당시 기업당 평균 고용 인원이 1.01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고용 유발 효과가 전무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상당수 창업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 이어 데스밸리 국면을 이겨낼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많다. 창업 기업의 위기는 고금리가 본격화된 2022년 이전부터 이미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기술혁신형창업지원사업의 경우 첫 해 고용 증가율이 50%를 넘겼지만 2021년 이후 부터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도입된 예비창업패키지사업 선정 기업도 같은 기간에 총 고용인원은 역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자산 시장 긴축에 따른 투자금 축소 분위기와 대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창업 기업들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한 정부 출연 연구소 연구원은 “해당 사업은 정부의 지원 규모가 가장 커 선발 경쟁률이 상당히 높은 사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창업가들조차 이 정도 상황이라면 일반 창업 기업들의 경영난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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