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에 스무살 많은 직원과 사귀어봐라?… 법원 “성희롱”

이종민 2023. 5. 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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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에서 '성적 추행의 동기나 의사는 없었다'면서 성희롱 발언을 하는 상사에 대한 법원의 철퇴가 이어지고 있다.

발언 당사자에게 성적 의도가 없었더라도 직장 내 위계 관계를 이용해 상대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이같이 성희롱 발언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발언 당사자들의 주장에 대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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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판단 주요 판결 살펴보니
상대가 성적 수치심 느꼈다면
추행에 고의성 없더라도 범죄
근무중 “애, 여자 OO먹고 커야”
재판부 “언어적 방법 불법행위”
대위가 일병에 “여친 가슴 작냐”
“하급자에 성적 불쾌감 준 발언”
직장 내에서 ‘성적 추행의 동기나 의사는 없었다’면서 성희롱 발언을 하는 상사에 대한 법원의 철퇴가 이어지고 있다. 발언 당사자에게 성적 의도가 없었더라도 직장 내 위계 관계를 이용해 상대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재판장 이원중)는 최근 국내 한 대기업 여직원 A씨가 상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1심을 유지했다.

2021년 입사 2년 차였던 A씨는 B씨 등 다른 상사 3명과 점심을 함께했다. 대화 중 A씨가 자신이 사는 지역을 이야기하자 B씨는 “C씨도 거기에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는 말을 했다. C씨는 당시 자리에 없었던 다른 직원으로, A씨보다 20세가량 많았다.

A씨가 거절 의사를 표했지만 B씨는 지속해서 “C씨도 치킨을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다”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회사는 B씨에게 근신 3일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더해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재판에서 B씨는 “노총각인 남성 동료에 관한 농담일 뿐 음란한 농담과 같은 성적인 언동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B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같이 있었던 자리라는 상황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이라며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겠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구지법 제13민사단독 남근욱 부장판사는 지난 3월 경북 모 소방서 119안전센터 팀원 D씨가 팀장 E씨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소송에서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씨는 2021년 8월20일 야간근무 중 D씨를 포함한 직원들과 대화 중 “애는 여자 ○○를 먹고 자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며칠 뒤에는 팀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앞으로 D씨가 있을 때는 남자 직원들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은 D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직장 내 성희롱 내지 언어적 방법에 의한 성희롱 발언과 성차별 발언으로서 D씨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군 대위가 야간순찰 중 일병에게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유를 물으면서 ‘전 여자친구가 성격이 안 좋냐, 가슴이 작냐’고 질문한 사건에서 해당 대위의 발언이 하급자에게 성적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본 판결도 있었다. 법원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구체적인 질문을 반복한 점, 피해자의 상황과 민감한 신체 부위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점을 들며 “일반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같이 성희롱 발언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발언 당사자들의 주장에 대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성범죄 전문인 이은의 변호사는 “성희롱은 민사적 개념이라 추행의 고의가 있어야지만 성립되는 것 아니다”라며 “교통사고에서 고의가 없어도 과실이 인정된 운전자가 변상해야 하는 것처럼 듣는 사람 입장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굴욕감이 느껴지면 성희롱이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종민·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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