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때문에 길어졌다
추위 적응한 ‘자연선택’ 결과로 코 모양 변화
인간의 코 모양이 약 3만년 전 지구에서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길고 오똑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따뜻한 아프리카에서 7만년 전부터 이주를 시작한 현생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추운 유럽·아시아에 먼저 거주한 네안데르탈인을 만나서 그들의 길쭉한 코 모양을 받아들인 결과다. 코가 길쭉하면 콧구멍으로 들어온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숨쉬기 적절하게 바꾸기에 유리하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중국 푸단대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를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이종교배를 하면서 현생 인류의 코 모양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남았다고 밝혔다.
네안데르탈인은 사람 속에 속하는 종이다. 35만년 전 유럽에서 나타났다. 그러다 아시아에서는 5만년 전, 유럽에서는 3만년 전 사라졌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7만년 전부터 원래 터전이던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진출했기 때문에 수만년 간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터전에서 공존했다.
연구진은 브라질과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페루에서 자원자 6000명의 유전 정보와 얼굴 사진을 수집했다. 이들의 조상은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에 거주했던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얼굴 모양과 관련된 33개 게놈(유전체)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ATF3’라는 게놈이었다.
ATF3는 조사 대상 가운데 아메리카 원주민 조상을 가진 사람들의 코 형태를 네안데르탈인의 코 형태로 바꾸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를 통해 코가 길어진 호모 사피엔스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얘기다.
코를 길어지게 만드는 게놈이 인간의 몸속에서 살아남은 건 ‘자연선택’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자연선택은 특정 환경에서 살아남기에 좋은 유전인자를 가진 개체가 생존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진화론의 핵심 개념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칭리 푸단대 교수는 과학매체 사이테크데일리를 통해 “오래 전부터 코 모양이 자연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추측이 과학계에선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는 호흡기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맞추는 역할을 한다. 코가 길고 높다면 숨 쉬기에 적합하지 않은 공기도 적합하게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칭리 교수는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를 떠나서 더 추운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신체 특징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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