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 둘리' 극장판 27년만에 재개봉…"다시한번 그 시절로"

오보람 2023. 5. 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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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김수정 감독 "日애니 선전 보며 죄책감…웹툰 창의력 보며 희망"
기자간담회 참석한 둘리와 김수정 감독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버전 개봉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둘리가 김수정 감독에게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바구니를 선물했다. [촬영 오보람]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40년이 됐든 27년이 됐든, 다시 한번 둘리를 좋아하고 한 몸이 돼서 추억을 공유한 그 시절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김수정 감독)

1990년대 중후반 어린이들을 비디오 가게로 몰려가게 했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돼 오는 24일 재개봉한다. 1996년 처음 극장에 걸린 지 27년 만이다.

김수정 감독은 8일 서울 중구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이자 '둘리 아빠'로서 둘리를 대하는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하다"며 "관객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추억 속에 빠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1983년 4월부터 1998년 9월까지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한 '아기공룡 둘리'는 국내에서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린 토종 만화다.

1987년에는 KBS에서 애니메이션이 방영돼 당시 초저녁만 되면 어린이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들였다.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극장판인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도 1996년 서울에서만 12만6천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극장에 가지 못한 어린이들은 옹기종기 집에 모여 비디오로 이 영화를 봤다.

김 감독은 "저 역시 이번에 한 장면 한 장면을 다시 보면서 과거 이리 뛰고 저리 뛴 기억이 어제처럼 떠올랐다"며 "제작진이 부족하고 예산도 적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영광과 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열정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회고했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속 한 장면 [워터홀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은 둘리가 친구 도우너, 또치, 마이콜, 희동이, 집주인 아저씨 고길동과 함께 타임코스모스를 타고 우주의 얼음별로 가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면 하나하나는 희미해진 추억을 하나씩 소환한다. 둘리가 '호잇∼'하고 주문을 외치며 초능력을 부려 엄마를 구하고 눈물의 이별을 하는 모습을 보면 코끝이 또다시 시큰해질 듯하다.

어린 시절에는 미처 몰랐을 고길동의 비애도 눈에 들어온다.

고길동은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악역으로 여겨졌지만, 당시 시청자였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 그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갑작스레 집으로 들이닥쳐 매일 사고를 치는 둘리 일당을 거둬주고 착실한 가장 노릇까지 해낸다는 이유에서다.

김 감독은 "내가 작가지만, 나라도 둘리를 키울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든 쫓아낼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빠르면 내년쯤 출판 만화로 새로운 둘리를 선보일 예정인데, 그 작품 속에서 길동씨 역할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김 감독은 출판 만화를 준비하기 전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를 기획했지만 끝내 무산됐다고 전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만화가, 제작자인데 새로운 작품을 계속해서 공유하지 못한 점이 죄송하다"며 "한국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쓰이고 죄책감도 느낀다"고 털어놨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속 한 장면 [워터홀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이라는 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제작비가 만만찮은데, 흥행을 해서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분이 회의적이거든요. 투자를 꺼리다 보니 가물에 콩 나듯 작품이 만들어지고, 따라서 노하우도 쌓이지 않죠."

김 감독 역시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을 제작하느라 낸 빚을 갚는 데 꼬박 5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새로운 '아기공룡 둘리' 시리즈(2008)를 만들기까지 12년이 넘게 걸렸다며 "제작사가 열정으로만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차기작을 선보이기까지 이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검정고무신 사태'로 재조명된 작가 저작권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고(故) 이우영 작가님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이제는 애니메이션 작업이 협업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저작권 소유자를 명확히 하고 냉정하게 계약서를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근 웹툰 작가들을 보며 한국 만화계의 희망을 엿봤다고도 했다.

"한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한한 상상력과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봐요.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론 관객도 많고 기술도 앞서 있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조금 정체돼 있다고 봅니다. 반면 한국 웹툰을 보면 굉장히 다양하죠. 이게 애니메이션으로 그대로 넘어오면 좋겠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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