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 ‘동분서주’…정치력·소통의 힘 결실 [인천시, ‘재외동포청’ 유치]
발빠른 유치전 ‘진두지휘’… 초반 분위기 띄우기 대성공
세계 각국 해외동포들 지지 이끌어내 유리한 고지 선점
지난 1902년 12월22일 인천 제물포항을 떠났던 한인 이민자들의 역사가 ‘재외동포청 유치’로 다시 돌아왔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이민자들이 모국의 지원을 받을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들의 교류·협력과 차세대 동포들의 교육과 여러 부처에 나뉜 영사·법무·병무 등의 민원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현재 한국의 재외동포는 2020년 12월 기준 193개국 750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규모다.
외교부가 재외동포청의 위치를 인천으로 결정하면서 유정복 인천시장의 지난 9개월 동안의 긴 유치 활동이 종지부를 찍는다. 인천시는 지난 9월부터 유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정치권 등이 함께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해 달려왔다. 120년 전 인천 제물포에서 출발한 한인 이민사의 시작이 재외동포청의 유치를 통해 새로운 막(幕)을 여는 셈이다. 인천은 재외동포청의 유치와 함께 730만명의 재외동포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품은 관문도시로 우뚝 설 예정이다.
■ 인천의 한인 이민사 상징성 확보
유 시장은 민선 8기 출범 직후 누구보다 빠르게 한인 이민사의 상징성을 이용한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한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에 돌입했다. 인천 제물포항에서 떠난 한인 이민자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재외동포청의 유치 타당성을 선점한 것이다.
유 시장은 지난해 10월7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를 시작으로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유 시장은 이를 통해 인천지역에서 재외동포의 의미와 120년 전 인천 제물포를 떠나 미지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한 이민자들의 정신과 역사를 재조명했다. 전세계의 66개국에서 333명이 참석한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재외동포들에게 인천의 역사와 상징을 알리는 기회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유 시장은 그 동안 지역사회에서 한인 이민사와 디아스포라 등의 이민사회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고,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를 요구하기 위한 사전적 작업이 이뤄졌다. ‘2022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한 전세계의 한인회장들은 유 시장을 만나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의 상징성과 타당성에 공감을 하기도 했다. 또 유 시장은 지난해 12월 하와이를 직접 방문해 120년 전 한인이민사의 시작을 기념하는 ‘하와이 이민 120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하와이 한인단체 13곳의 공식 지지선언도 함께 이뤄졌다.
유 시장의 이 같은 노력으로 한인 단체들의 지지 성명이 줄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17일 유럽한인총연합회를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고려인협회, 미주한인회총연합회까지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 밖에도 홍콩한인상공회·함박마을 고려인·라오스한인회·대만가오슝시한인회·카자흐스탄한인회·미주한인소상공인총연합회·미주한인회총연합회 등으로부터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 대통령 및 중앙정부·국회까지 설득
유 시장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중앙 정부, 그리고 국회까지 수없이 오가면서 재외동포청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이 때문에 정가에서는 이번 재외동포청 유치로 유 시장이 중앙 정치력을 입증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 시장은 지난 2월28일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을 통해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당시 광역자치단체장이 대통령과 독대한 것은 유 시장이 처음이다. 이어 유 시장은 지난달에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통령실 관계자들과도 수시로 접촉, 대통령실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앞서 유 시장은 지난해 9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 지방행정전략회의’에서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 설립을 건의했다. 유 시장은 이날 이 장관과의 대화에서 재외동포청이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1개인 만큼, 재외동포청의 직제 설립 등에 대한 행안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구했다.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인천이 공항과 항만 등을 통해 세계와 대한민국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만큼, 재외동포청 설치의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유 시장은 또 국회의 도움도 이끌어냈다. 유 시장은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인천지역 국회의원과의 정책간담회를 열고 정파를 초월해 인천발전을 위해 꼭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와야 한다면서 여야 의원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유 시장은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관련 정책간담회’에 직접 참여해 국민의힘 윤상현·배준영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정일영 국회의원과 함께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특히 유 시장은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도 애써왔다. 지난 4일 열린 국민의힘 당정협의회에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접근성과 상징성 등을 들어 지속적으로 인천에 힘을 실었고, 외교부도 결국 이를 수용했다. 유 시장은 이 밖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도 만나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에 대해 지원 사격을 요청했다.
■ 인천시민 등 지역사회도 한마음으로 묶어
유 시장은 중앙 정치력 이외에도 이번 재외동포청 유치 과정에서 인천시민들의 뜻을 하나로 묶어냈다. 지역사회에서는 자발적인 지지선언과 토론회를 통해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를 위한 발걸음을 함께 이어왔기 때문이다.
인천지역에서는 인천시의회의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지지 결의부터 시작해 국민통합위원회 인천지역협의회와 주민자치협의회 등의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선언이 뒤를 따랐다. 특히 인천지역 48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한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시민운동본부’의 활동은 정부의 재외동포청 인천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유 시장은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는 정치·학문·종교·문화계, 군수·구청장, 인천시의회 등 300만 인천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나서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천이 재외동포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최적지임을 강조한 전략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750만 재외동포들과 함께 인천이 1천만 도시로서 재외동포 비지니스 허브로 우뚝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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