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전세금 43억 ‘꿀꺽’…사기꾼 일당 검거
■ “아무것도 없이 쫓겨날 판” 전 재산 앗아간 ‘전세사기’
93년생 송지훈 씨는 지난해 10월, 갑자기 세 들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등기를 받았습니다.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전 재산 9,500만 원이 들어간 집이었습니다.
놀라 묻는 송 씨에게 집주인은 “별것 아니고 이번 달 안에 끝나니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진정시켰습니다. 전세 계약 당시 부동산에서 제시한 서류도 완벽했던 데다 은행 대출 심사도 바로 나왔기 때문에 의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우연히 만난 세입자 등과 얘기를 나눠본 뒤 사기를 의심해 경찰에 고소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피해는 현실이 됐습니다.
경매에 부쳐진 다가구 주택은 지난 3월 새로운 주인에게 낙찰됐고,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지난달 중순까지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양해를 구해 이달 중순까지는 거주하기로 했지만 아무 것도 없이 또 빚을 내고 불안한 전세살이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합니다.
■ ‘바지사장’ 내세운 조직적 범행…보증금 43억 원 ‘꿀꺽’
경찰은 지난해 11월, 전세사기 피해를 본 것 같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송 씨가 살던 다가구주택은 전형적인 ‘깡통전세’ 사례였습니다. 경찰은 사회초년생으로 피해 대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세입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피해 사실과 범행수법을 확인했습니다.
‘깡통전세’는 우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범인 50대 A씨 등 4명은 건물주와 자금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알코올중독자 등을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조직적인 전세사기 행각을 벌였습니다.
대전시 가장동과 가양동·중리동의 다가구주택 3채에서 51세대 52명에게 43억 6천만 원의 보증금을 가로챘고, 이미 2채는 ‘바지사장’의 사망 등으로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나머지 건물 역시 정부 대책으로 경매 절차가 잠시 멈춰져 있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주범 A씨와 B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2명을 입건했습니다.
■ 금고에서 발견된 4억 원…청년들의 피·땀·눈물
경찰은 수사와 동시에 피의자 A씨의 주거지를 수색했습니다. 금고가 발견됐고, 안에는 전세사기 피해를 본 청년들의 피와 땀·눈물과 같은 약 4억 원의 현금이 보관돼있었습니다.
이 돈은 운좋게 일부 선 순위 피해자들에게 배당될 수도 있겠지만, 피해를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인천과 대구 등에서도 부실채권을 남발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새마을금고는 이번에도 다가구주택 경매금을 통해 수월하게 피해를 복구했겠지요.
하지만 정작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청년들은 범죄 수익금이 발견돼도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금융기관이 피해를 분담하도록 최소한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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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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