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용산경찰…"참사 전 긴급출동 무전 못 들어"
기사내용 요약
참사 당시 현장 근무 경찰 증인신문
'인파 운집' 예상했지만 치안에 집중
경비기동대 아닌 교통기동대만 요청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서 인파를 관리하던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압사 사고 발생 한 시간 전 경찰의 긴급출동을 요구하는 코드 제로(0) 무전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운영지원팀장으로서 이태원 현장에서 근무하던 정모 경감은 8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열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5명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동행사 혐의 1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경감은 '최우선 긴급출동 코드제로 신고가 오후 9시1분에 용산경찰서로 하달됐는데 알고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 "당시는 몰랐다"며 "(용산경찰서 자서망에 지령이) 안 된 걸로 안다"고 답했다.
그는 압사 사고와 관련된 11건의 112 신고에 대해서도 "몰랐다"며 "(당시) 2번 출구 인파를 통제하고, 교통·인파 통제를 병행하면서 계속 현장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외에서 전자 호루라기를 부는 등 정신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현장보다 비교적 조용했던 이태원파출소 등 실내에서는 무전 소리가 잘 들렸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파출소 안에서 지휘하던 송모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과 무전기가 설치된 관용차에서 대기하던 이 전 서장 등은 압사 위험을 경고한 신고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파 몰릴 것 예상했지만…"치안·교통 유지 중심 계획"
그는 "다중인파가 올 거라는 건 용산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예상 가능(하다)"며 "매년 핼러윈 때는, 코로나 시기 제외하고 매년 사람이 밀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파 운집 안전 사고, 이태원 참사 같은 참사는 예상 못했다. 인파 사고를 대비한 계획은 없었다"며 "과거 112 신고 내역을 봐도 인파로 다칠 거 같다는 신고는 없었다. 이태원 일대 교통사고에 초점(을 맞추고) 교통 기동대를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경비기동대 아닌 교통기동대만 요청…보고서 수정도
정 경감은 이 전 서장이나 상관으로부터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진행된 이태원 지구촌 축제 당시 인파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고려해 서울경찰청에 교통기동대를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경감은 참사 이후 이 전 서장이 주요상황 보고서에 기재된 '교통기동대 요청' 문구를 '기동대 지원 요청'로 수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경감은 지시대로 문구를 수정한 2차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이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시 '교통기동대'로 보고서를 수정했다.
정 경감은 경비기동대 요청 여부에 대해선 용산경찰서 내부에서 논의만 했을 뿐 서울경찰청에 공식적으로 요청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서장 도착 시간…"생각했던 시간과 안 맞아"
당시 해당 보고서를 이어받아 후속 조치를 작성해야 했던 정 경감은 서장 도착 등 경찰 조치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보고서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그는 시간을 삭제한 뒤 보고서를 마저 작성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등에서 이런 부분이 항상 문제가 되는데, 기억 자체를 확신할 수 없어서 송 실장에게 차라리 안 쓰는 게 낫다고 했다"며 "(해당 보고서를 작성했던) 최모 경위가 작성하기는 어렵다. 시간대별로 기재하려면 현장을 통제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경위는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을 오후 11시5분이 아닌 오후 10시17분으로 허위 기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서장은 허위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서장이 정모 당시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에게 해당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고, 이후 보고서 내용을 직접 확인했다고 적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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