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된 남편의 외도, 그리고 이를 숨겨준 시아버지...이혼 가능할까요?"

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5월 8일 (월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이명인 변호사

- 통신비밀보호법,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성은 '현장성', '현재성'이 없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음

- 이혼 사유로서의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성관계 여부의 직접적 증거가 없어도 정황을 알 수 있는 메시지, 통화 녹음파일, 블랙박스 등도 부정행위로 간주 가능해

- 시부모님이나 장인, 장부님 등 제3자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면 그 제3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가능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저는 남편과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와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시부모님이었죠. 남편이 다정하고 자상한 이유가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랐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블랙박스 영상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남편과 시아버지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저도 모르는 낯선 여자를 향한 애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남편에게는 따로 만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남편이 결혼 전에 오랫동안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로, 저와 연애했을 때까지만 해도 헤어진 상태였지만, 결혼한 이후부터 다시 만나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오래 사귀어서 그런지 시부모님과 친하게 잘 지냈던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시아버지와 통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여자의 근황을 얘기했고, 시아버지는 그 여자를 '첫째 아기'라고 부르면서 '둘째 아기'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둘째 아기'는 바로 저인 겁니다. 아버님은 서울은 보는 눈이 많으니까 되도록 외곽에서 만나라고 조언하셨는데 저는 남편의 외도도 충격이었지만 시아버지가 이를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들키지 말라고 조언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이었습니다. 더 이상 남편과 살 수 없습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싶고, 시아버지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습니다." 사연자분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다가 남편과 시아버지의 통화 내용에서 외도 사실을 알게 되셨어요. 블랙박스 녹음이 불법녹음이 될 수 있는 거 아닌지, 이거를 걱정하실 것 같은데요. 우선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대한 법리를 설명을 먼저 해주세요.

◆ 이명인 변호사(이하 이명인):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는 불법 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이에 위반한 녹음 또는 청취에 제4조를 준용하고 있습니다.

◇ 조인섭: 어려운데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시면요?

◆ 이명인: 따라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파일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이에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파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블랙박스 대화의 경우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는 걸까요?

◆ 이명인: 다투고 있는 사건의 증거수집을 위해 녹음이나 청취를 한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 등 일반적인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설치된 블랙박스 기기에 우연히 녹음된 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됩니다.

◇ 조인섭: 법원은 어떻게 보나요?

◆ 이명인: 최근 법원은 :통신비밀법에서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 행위를 가리키고 사람의 육성이 아니라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녹음이나 청취가 금지되는 대화는 의사소통 행위의 현재성 및 현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처음부터 녹음이나 청취의 의도가 없이 이 사안처럼 일반적인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설치된 녹음 기능이 부가된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 간의 대화가 녹음된 경우, 그 녹음파일을 청취하거나 녹취록을 작성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법이 보호하는 제3조 제14조 1항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 간의 대화 청취'에 포섭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 조인섭: 정리해보자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느냐와 관련해서 블랙박스에 음성이 녹음이 된 것 자체는 현장성, 현재성이 없으니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 시아버지와 남편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정황상 외도를 의심할 수는 있지만 남편이 성관계가 없었거나 증명할 수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이혼 사유가 될지도 좀 궁금합니다.

◆ 이명인: 민법 제80조 제1호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이러한 부정한 행위에 대해서 배우자로서 정조 의무에 충실치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이른바 간통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서 부정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즉, 부정한 행위란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우리 사회 통념상 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는 일탈 행위인 것으로 그 인정 범위가 넓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조인섭: 사실 인정 범위가 매우 넓죠.

◆ 이명인: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가 없었거나 숙박업소에 함께 들어가는 사진, 성관계를 암시하는 대화 등의 증거가 없어서 성관계가 실제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더라도 민법상 부정한 행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어떤 경우가 이런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예를 들어주세요.

◆ 이명인: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함께 데이트를 한 사진이거나 그리고 서로 '여보', '자기', '당신' 등으로 애칭으로 서로 부르거나 그리고 "사랑한다" "보고싶다"라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 그리고 애정 행각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나 블랙박스 자체가 민법 제840조상 부정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 조인섭: 그러면 사연자분은 시아버지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지금 이 사연의 시아버지는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오히려 지지를 해준 상황이세요. 시아버지에게 위자료 청구 가능할까요?

◆ 이명인: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는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즉, 원칙적으로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를 하는데요. 예외적으로 시부모님이나 장인, 장부님 등 제3자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면 그 제3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 조인섭: 그러니까 상간자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처럼 파탄의 책임이 시부모님, 장인, 장모에게 있으면 이 제3자에게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거죠. 그러면 시부모님, 아니면 장인, 장모와 관련한 법원 판례도 있을까요?

◆ 이명인: 네, 시어머니가 아들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서 동거 생활하는 것을 방치하거나 그리고 그 동거녀를 사실상 며느리로 대우한 경우도 있고요. 시부모나 장인, 장모님이 혼인 생활에 부당하게 간섭해서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경우, 그리고 혼인 생활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길 정도로 시부모나 장인, 장모에게 폭행, 학대 또는 모욕 당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시들이 있습니다.

◇ 조인섭: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를 해보면요. 사연자분은 우연히 발생한 교통사고 때문에 남편과 시아버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게 됐고, 그 과정에서 남편의 부정행위를 알게 됐는데 처음부터 청취의 의도 없이 블랙박스에 녹음된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된 거고요. 이런 경우에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라고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위자료 청구와 관련해서는 제3자에게도 위자료 청구할 수 있는데 만약에 파탄의 책임이 시부모님 쪽에 있다면 시부모님도 위자료 청구 가능하다고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명인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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