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잠재력’ 특급 신인의 실험실, 제대로 잡히면 리그 폭격한다

김태우 기자 2023. 5. 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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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현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1군 무대와 부딪히고 있다 ⓒ한화이글스
▲ 김서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 빛나는 ‘특급 신인’ 김서현(19‧한화)은 지난 3일 열린 잠실 두산전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투구폼이 바뀌어 있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듯한 변화였다.

김서현은 엄밀히 따지면 스리쿼터형 스타일이 가깝다. 사이드암보다는 팔이 높고, 오버핸드보다는 낮다. 그런데 이날은 팔 높이가 올라갔다. 투구 전 글러브를 치는 동작도 없어졌다. 직전 등판이 4월 30일이었음을 고려하면, 불과 며칠 사이에 투구폼이 바꾸고 나타난 것이다. 남들이라면 시즌을 걸어야 할 일을, 김서현은 너무 태연하게 하고 있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추적을 보면 이 변화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첫 등판이었던 4월 19일 대전 두산전 당시 김서현의 패스트볼 릴리스포인트는 148㎝ 수준이었다. 이는 김서현의 시범경기 당시 측정치와 큰 차이가 없다. 수직무브먼트는 24.3㎝, 수평무브먼트는 44.3㎝로 횡적인 움직임이 훨씬 더 컸다.

그런데 5월 3일 잠실 두산전 당시 김서현의 패스트볼 릴리스포인트는 161㎝까지 올라왔다. 3~4㎝만 바뀌어도 큰 변화인데 첫 등판과 비교하면 무려 13㎝가 올라온 것이다. 많은 이들이 체감한 받은 느낌이 기록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팔이 올라오면서 수직무브먼트는 37.9㎝로 올라온 것에 비해, 수평무브먼트는 36.2㎝로 조금 줄었다. 대신 분당 회전수(RPM)이 소폭 증가했고, 대신 평균 구속은 다소 떨어졌다.

투구폼 변화가 큰 화제를 모은 가운데, 사실 트래킹데이터를 보면 김서현의 릴리스포인트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첫 등판 당시 릴리스포인트가 148㎝였던 것에 비해, 4월 말까지 5경기 평균은 158㎝였다는 게 이를 상징한다. 그리고 김서현은 다음 등판에서 모두를 또 놀라게 했다. 5월 7일 대전 kt전에서는 다시 팔 높이가 조금 내려간 것이다. 어쩌면 3일 두산전 이전의 투구폼으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구속도 다시 올라갔다. 이날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55㎞ 수준으로 두산전(152.3㎞)보다 훨씬 좋았다. 대개 오버핸드보다는 스리쿼터가 더 편안하게 구속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서현의 사례에서도 통용이 되는 것이다. 수직무브먼트보다는 수평무브먼트가 더 좋은 특성으로도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언제든지 스타일을 바꿔가며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게 더 무섭다.

▲ 김서현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최적의 밸런스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신인이 프로무대에 데뷔했을 때는 보통 좌우를 살피기가 어렵다. 긴장되는 무대,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자신이 가진 것만 똑바로 직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김서현은 시즌 중 ‘실험실’을 차릴 정도로 여유가 있다. 고교 시절부터도 여러 가지를 실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김서현이다. 한 해설위원은 “상대 타자들의 반응까지 다 살피는 것 같다. 신인이 대단한 배짱”이라면서 “한화 코칭스태프의 인내심도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그 와중에 성적까지 어느 정도 잡아가며 1군 무대에 순조롭게 정착 중이다. 김서현은 시즌 7경기에서 8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0.185에 불과하다. 상대 타자들이 김서현의 강속구를 공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우려했던 제구 불안도 현재까지는 그렇게 크지 않다. 10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3개의 볼넷을 내줬다. 커맨드는 계속해서 잡아가야겠지만 투수의 고유지표인 탈삼진/볼넷 비율은 나쁘지 않다.

김서현은 평균 155㎞ 수준(트랙맨 기준)의 강속구를 던지고 있고, 여기에 슬라이더로 분류되기도 하는 커브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서현의 커브 타구 속도는 평균 120.6㎞에 머문다. 올해 김서현의 커브를 받아쳐 타구 속도 145㎞ 이상을 기록한 사례는 20%밖에 안 된다. 컨택 비율도 70% 아래로 효율적이다. 움직임이 심한 패스트볼은 땅볼을 자주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시작부터 리그를 평정하는 불펜투수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군 타자들은 분명히 만만치 않다. 그러나 김서현이 여러 실험 속에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최적의 투구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면 이 어마어마한 잠재력의 끝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조마조마하지만, 김서현의 ‘실험실’이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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