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합법 감청,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2023. 5. 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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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매체가 소셜미디어상에 유포된 미국 기밀문건을 토대로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해 감청해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것'이라며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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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선 건국대 SW중심대학 교수

최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매체가 소셜미디어상에 유포된 미국 기밀문건을 토대로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해 감청해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것'이라며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추정컨대 조사 과정은 국가안보 기밀 유출 여부와 유출 경로를 파악하여 결국 국가정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안전과 동맹의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달갑지 않지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자국의 안보를 위한 전쟁이나 감청은 만고의 진리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우리가 소모적 정쟁을 벗어나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미국의 감청 정책과 통제 방식에 관한 역사를 교훈 삼아 방어와 공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첫째, 미국의 합법 감청 제도는 우리 통신비밀보호법보다 24년이나 앞서 1968년 '종합범죄방지 및 거리 안전법'(Tittle-Ⅲ)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1972년 국가기관의 내국인 감시 남용을 지적한 키스(Keith) 판례와 닉슨 대통령의 재선 과정에 일어난 불법 도청(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상원 처치위원회(The Church Committee)의 대대적인 정보·수사기관의 조사가 있었다.

그 결과 미국은 1976년 해외정보감시법(FISA)을 제정함으로써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국가안보 목적의 감청이 법제화되었다. 도청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원 처치위원회가 사후 조치를 전개하였던 방식은 대한민국 의회가 꼭 본받아야 할 일이다.

둘째, 미 연방수사국(FBI)은 디지털 환경에서 자체 기술로 범죄 혐의자에 대한 감청을 못 하게 되자 1994년 3월 루이스 프리(Louis J. Freeh) FBI 국장이 미 의회에서 "기술적 문제로 허가된 전자감시를 할 수 없다"고 증언하였다. 의회는 법집행기관의 범죄 수사 능력을 보존해 주는 대신에 수사 대상이 아닌 일반 시민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해 연방통신위원회(FCC)와 협조하여 통신산업의 기술혁신을 방해하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1994년 12월 이동전화를 포함한 디지털 통신에 관한 감청지원법(CALEA)을 제정했다. FBI 국장의 '기술적 문제로 전자감시 불가' 증언에 따라 FCC와 협조하여 CALEA 법을 만들어내는 미국의 감청 정책 수행과정은 앞으로 우리 정부가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셋째, 2001년 9·11 테러 직후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일몰 규정을 포함한 '애국법'을 제정하여 안전망을 촘촘하게 하고, 2013년 스노든의 국가안보국(NSA) 기밀 폭로 이후 '자유법'을 제정해 프라이버시를 강화하였다. 정부와 의회,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함께 국가안보와 프라이버시의 양대 가치를 적절하게 통제하는데 힘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우리도 이제 통신비밀 보호를 위한 규제만 강화할 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부합한 최소한의 합법 감청 제도를 만들어 국가안보와 프라이버시가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권은 출구 없는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우리의 국가안보와 프라이버시를 강화할 근본적인 방책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 법률에 멈춰 있어 수사기관이 법원의 감청영장을 받아도 통신업체가 집행 협조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더 미루지 말고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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