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강변길 차에 치어 죽은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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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는 야생동물 중에서 가장 흔하게 교통사고로 죽는 동물이다.
'로드 킬'을 가장 많이 당하는 동물이 너구리라고 한다.
책은 지금까지 목격한 로드킬 실태를 기록하고 야생동물과의 공존 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매년 약 2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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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걸 지음 / 책공장더불어 펴냄
너구리는 야생동물 중에서 가장 흔하게 교통사고로 죽는 동물이다. '로드 킬'을 가장 많이 당하는 동물이 너구리라고 한다. 저자에겐 잊혀지지 않는 너구리가 있었다. 수컷 너구리 '뜬금이'다. 서울 강서습지에서 트랩을 수거하려는 날 뜬금없이 잡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뜬금이에 무선추적장치를 달아 행동반경을 조사했었다. 그런데 석달째 될 무렵 신호가 사라졌다. 녀석을 찾기 시작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김포공항 방면으로 달리다가 작은 털 뭉치가 도로 한 가운데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아니겠지 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차가 안오는 틈을 타서 여기저기 흩어진 사체를 수습하기를 수십번 반복했다. 사체는 인근 버드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편의점에 가서 막걸리 한병을 사다 뿌려주었다. '장수(長壽) 막걸리'라는 라벨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녀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저자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생태학자다. 생태축(서식지) 복원과 로드킬 저감을 위해 생태통로 설치에 힘써왔다. 책은 지금까지 목격한 로드킬 실태를 기록하고 야생동물과의 공존 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는 각기 다른 고유의 성격을 지닌 이 땅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담비 후남이는 고지식한 연구자들을 비웃으며 자기 멋대로 산다. 너구리 능글이는 죽은 척하는 연기가 일품이다. 암컷 삵 주선이는 기가 막힌 곳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올림픽대로를 넘나 든다. 책에는 야생동물의 삶뿐 아니라 그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따뜻한 분투기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사람은 뭇 생명과 공생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매년 약 2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다. 결국 가장 최상위 포식자는 자동차인 셈이다. 저자는 이런 야생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이 죽음의 무게를 전한다. 그러면서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제언한다. 중요한 건 안전 운전이겠지만 무엇보다 로드킬 문제에 대한 꾸준한 사회적 관심과 저감 조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의 길과 동물의 길은 '함께 가는 길'이다. 책은 함께 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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