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꼭 가는 이탈리아 분수에 '먹물 테러'한 남성 정체가···

환경단체 "화석연료 중단하라"
로마 피우미 분수에 먹물테러

로마 피우미 분수에 식물성 먹물을 붓고 있는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찌오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찌오네(Ultima Generazione·마지막 세대)가 로마 피우미 분수에 먹물 테러를 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에 로마 나보나 광장 중심부에 위치한 피우미 분수에 이 환경단체 직원 4명이 들어가 검은 액체를 뿌렸다. 이 검은 액체는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로 밝혀졌다.

이들은 검게 물든 분수대 위에서 “우리의 미래는 이 물처럼 어둡다”며 “우리는 정부에 온실가스의 원인인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와 보조금 지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피우미 분수는 이탈리아 예술계의 거장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갠지스강, 나일강, 도나우강, 라플라타강을 상징하는 4명의 거인이 역동적으로 조각돼 있어 트레비 분수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는 로마의 명물이다.

울티마 제네라찌오네는 앞서 지난달 로마 스페인 광장의 바르카치아 분수를 검게 물들인 바 있다.

또 이틀 전 로마 중심가에서 반나체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당 시위에서는 이 단체 소속 활동가 6명이 로마 중심가인 트리토네 거리에서 웃통을 벗고 자동차를 막아섰다. 이들은 도로 한 가운데에서 ‘화석연료 중단’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이 단체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극단적 방식의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화 ‘프리마베라(Primavera·봄)’ 작품의 보호 유리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붙여 고정한 채 시위를 벌였고, 같은 해 11월에는 로마 보나파르테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 작품에 야채수프를 끼얹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들의 시위가 갈수록 과격해지자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지난달 12일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훼손하거나 파손할 경우 최대 6만 유로(약 87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상·하원 표결을 거쳐야 하는 이 법안은 젠나로 산줄리아나 문화부 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산줄리아노 장관은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사람들은 금전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minch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