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액보유 김남국 과세유예 발의에 "이해충돌·위선" 비판 확산
정의당 참여연대 "기득권의 위선" "투명 공개해야…거취 결정하라"
국민의힘 윤리특위 징계청구 '이해충돌금지법 국회법 위반'
김남국 "현직 중 LG플레이 주식 9억 전액 매각해 가상화폐 투자"
"대선용 인출 등 허위보도에 법적 대응"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가상자산소득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사실이 드러나 이해충돌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뿐 아니라 정의당도 비판하고 나섰고, 참여연대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본인 거취 문제도 결정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김남국 의원은 가상화폐에 투자한 초기 원금과 관련해 LG디스플레이 주식 9억원을 전량 매도한 예수금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했고, 현재 보유한 가상화폐 가치가 9억1000만원 정도라고 거래내역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현직 의원이 가상자산소득에 과세하는 시기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공동발의한 것은 이해충돌을 금지한 법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니냐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김 의원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선일보의 보도에서 출발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자 1면 기사 '[단독] 재산 15억 김남국, 코인 60억 있었다...거래실명제 직전 인출'에서 “김남국 의원이 작년 1~2월 가상 화폐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고 60억원어치 보유했던 것으로 4일 전해졌다”며 “김 의원은 2022년 1~2월 모 가상 화폐 거래소에 등록된 자신의 '가상 화폐 지갑'에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를 보유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위믹스 코인은 작년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며 “대선(3월 9일)과 가상 화폐 거래 실명제(트래블 룰) 실시(3월 25일)를 앞둔 시점이었다”고 썼다.
이에 의혹이 꼬리를 물고 확대되자 김 의원은 8일 입장문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가상화폐 투자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 매매대금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 모든 거래 내역은 투명하게 확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슨 돈으로 투자했는지를 두고 김 의원은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은 보유하고 있던 LG디스플레이 매각대금”이라며 “2021년 1월 13일 보유 중이던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주문하여 9억8574만1515원의 예수금이 발생해 해당 금액을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돈의 거래내역 명세를 함께 공개했다. 김 의원은 “모두 대형 거래소에서 실명 계좌를 이용한 거래만을 하였고, 현금과 가상화폐 이체 내역은 모두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모든 거래를 실명 계좌를 통해서 했기 때문에 트래블룰(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 시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동안 전체 계좌에서 실물인 현금으로 인출된 것은 440만원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현재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는 9억1000여만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2022년 2월 중순경 □□에서 △△(으)로 가상화폐를 이체하였고, 가상화폐가 계속 폭락을 거듭하자 더 보유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에서 일부를 OO(으)로 이체했다”며 “이후 다른 가상화폐로 재투자하여 △△과/와 OO에 여러 종목을 보유 중이고 현재 보유한 가상화폐 가치는 9억1천여만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외에는 정치자금계좌를 제외한 예금 2625만원, 보장성 보험 5986만원, 증권계좌 3억8733만원, 정치자금으로 마련한 지역구 사무실을 제외한 부동산 전세권 보증금 8억원 등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합산하면 제 실제 재산은 약 21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저의 정치생명과 전 재산을 걸 만큼 가상화폐 투자과정에서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거래하였다”며 “어떠한 불법성도 없이 떳떳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고발하지 않았으나 이번 사안에 있어 허위사실에 기초한 의혹 보도를 생산하여 저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에서 보도된 것처럼 본인이 보유했다는 위믹스의 가상화폐가 최고 60억원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었는지, 그 당시 어떻게 처분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분명한 언급이 없다. 이를 질의했으나 김 의원은 SNS메신저 답변을 통해 100명이 넘는 기자들에 일일이 답변할 수 없음을 양해한다고 답했다. 한겨레는 8일자 기사에서 김 의원이 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내가 보유했던 위믹스 코인을)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이체했다. (이체한 코인으로 산 다른 코인 가격이) 폭락해서 지금 60억원이 아니고 몇억원밖에 없다”며 “(이런 내용을) 내일 공개하려고 계좌 정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소득세법 개정안 공동발의, 이해충돌 정면 위반
문제는 김 의원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가상자산소득에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노웅래의원 대표발의)에 공동발의했다는데 있다. 이 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7월6일 발의돼 그해 11월3일 기획재정위원회 법 개정안(대안)에 반영돼 폐기됐고, 이 대안은 12월2일 본회의에 통과됐다. 김 의원은 공동발의한 법안 원문의 제안이유에서 “2022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에 따른 과세대상으로 보고 250만원을 초과 소득에 20%의 소득세가 부과되는데, … 가상자산 과세를 2022년부터 시행하기에는 과세체계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아 과세 시점을 늦출 필요가 있다”며 2023년 1월1일 이후 거래 내역분부터 과세하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본회의에서 통과된 대안(소득세법 개정안)도 부칙 제1조 제2호에 “가상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시행시기를 2023년 1월 1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더구나 이 같은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에 넣지 않아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8일 “쟁점은 선출직 공직자가 현행 재산등록공개제도에도 거액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었고, 그 취득과 처분 등 해당 재산의 변동 흐름이 불분명한 상황과 김 의원의 의정활동과 관련한 이해충돌은 없었느냐에 있다”며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따라, 김 의원이 직무상 비밀, 미공개정보 등을 이용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김 의원이 먼저 취득일자, 취득경위, 소득원 등 가상자산과 관련한 재산형성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60억 원의 가상화폐를 소유한 자가 '가상화폐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며 “김 의원의 입법 활동은 결국 국민 다수를 위한 게 아닌 본인의 이익 때문이었던 것 아닌가, 설득력 있는 해명 없이는 기득권의 위선으로 보일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김 의원이 공직 수행 중 주식보다 훨씬 불투명한 가상화폐를 활용하여 어떻게 재산 증식에 이용했는지 묻고 있다”며 “추상같은 태도로 본인이 공직자로서 자격 있는지 성찰하고 자신의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성호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20명이 8일 오후 발의한 징계 청구서에서 “김남국 의원이 국회법 제25조(품위유지의 의무), 국회의원윤리강령 제1호, 제2호 및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제2조(품위유지), 제3조(청렴의무), 제4조(직권남용금지)를 현저히 위반”했다며 “국회법 제155조 제15의2호('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및 제16호(국회의원윤리강령,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위반)에 따라 엄중히 징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남국 의원 본인은 이해충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공동발의를 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 제3항 제1호에서 직무와 관련하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과정은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법안 발의까지 이해충돌로 규제하면 △다주택자 의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다자녀 의원이 다자녀 가정에 복지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노부모를 부양하는 의원이 간병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도 이해충돌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비유를 들었다.
김 의원은 8일에도 “재산보호를 위해 입법권 오남용한 적 없다”며 “이것이 이해충돌이라면 다주택자 의원들이 종합부동산세 깎는 법안에 앞다투어 나선 것은 더 직접적인 이해충돌”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법안의 공동발의를 했을 때 본인의 가상 자산 소득과세 유예에 따른 혜택을 염두에 두었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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