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종잣돈이 다시 9억으로 '뚝'…김남국 '60억 코인 투자'의 재구성

박현영 기자 김지현 기자 2023. 5. 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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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실명인증'된 업비트·빗썸·가상자산 지갑 '클립' 이용
클립서 위믹스 보유하다 빗썸으로 이체, 타 코인에 재투자…코인 보유액 '60억→9억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가상자산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고 60억원어치 보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일 한 언론사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2년 1~2월 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믹스는 '미르의 전설' 등을 개발한 중견 게임 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코인이다. (뉴스1 DB) 2023.5.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김지현 기자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0억원어치 코인 보유' 의혹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초기 투자금부터 현재 보유액까지 공개하면서, 그간 베일(장막)에 가려있던 김 의원의 코인 투자 내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주식 투자로 얻은 9억원 가량의 수익을 가상자산(암호화폐) 초기 투자금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도 약 9억원 규모라고 공개했다.

김 의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가상자산을 불려왔고, 지금의 보유액으로 쪼그라든걸까.

①LG디스플레이 주식 팔아 9.8억 마련…2021년 2월 업비트에서 투자 시작

8일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2021년 1월 13일 보유 중이던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해 9억8574만원의 예수금이 발생했고, 해당 금액을 가상자산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자금 출처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 의원은 2021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키움증권→KB국민은행→케이뱅크(업비트 연동)→업비트' 순으로 자금을 옮겼다. 각각 3억원, 2억원, 5억원씩 세 차례로, 총 10억여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업비트로 송금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정당하게 주식에 투자해서 얻은 주식 매매대금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며 "타인 명의로 이체받거나 빌린 돈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②빗썸서 위믹스 보유량 불려…40배 뛴 위믹스에 60억원대 '코인 갑부'로

김 의원은 실명인증(KYC)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와 및 지갑만 이용했다. 구체적으로는 업비트와 빗썸, 그리고 카카오톡 내 가상자산 지갑 '클립'이다.

그는 문제의 '60억 코인 보유설'이 제기된 2022년 초 당시 어디에, 어떻게 투자했는지에 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조선일보는 김 의원이 2022년 1~2월, 당시 시세 기준으로 60억원에 달하는 위믹스 80만여개를 보유했다고 보도했다.

업비트가 위믹스를 상장한 건 2022년 1월 11일이다. 빗썸은 2020년 10월 위믹스를 일찌감치 상장해뒀다.

김 의원은 2021년 2월 9억원으로 업비트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업비트에 위믹스가 상장되기 전이다. 따라서 2022년 1월까지 김 의원은 업비트와 빗썸을 오가며 가상자산 투자를 거듭했고, 그중 '빗썸에서' 보유한 위믹스를 크게 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 시세는 2021년 2월 약 180원대에서 2022년 2월 7000원대까지 40배 넘게 올랐다. 김 의원이 9억원으로 시작해 60억원까지 자산을 불린 데에도 위믹스 상승세가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 시기에 어떤 코인을 투자했는지를 밝히진 않았지만 주식으로 마련한 종잣돈 10억원가량을 수십억원어치 코인 보유액으로 불리는 게 가능할 정도로 당시는 코인 활황장이었다.

빗썸에서 위믹스를 보유해왔던 김 의원은 2022년 1월 업비트에 위믹스가 상장되면서 빗썸에서 업비트로 위믹스를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특정 코인이 두 거래소에 모두 상장돼있는 경우, 좀 더 유동성이 풍부한 거래소를 사용하기 위해 코인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당시 업비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빗썸에 비해 훨씬 유동성이 풍부했다는 의미다. 김 의원 역시 이 같은 업비트의 장점을 활용하고자 위믹스를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③업비트→클립→빗썸…다른 코인에 재투자했지만 '60억원→9억원'

이후 과정은 김 의원이 직접 밝혔다. 그는 2022년 2월 중순 업비트에서 클립으로 위믹스를 포함한 가상자산을 옮겼다. 클립은 거래소가 아닌 카카오톡 내 가상자산 지갑이다. 위믹스를 '매도' 목적이 아닌 '보유' 목적으로 옮겼다는 의미다. 이 시점이 조선일보가 제기한 '60억 위믹스 보유' 의혹 시기에 해당되는 시점이다.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상거래'로 분류돼 자금출처 소명 과정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거래소, 특히 업비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운영하고 있다. 수억원대 가상자산을 출금하려고 하면 이상거래로 탐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거래로 탐지되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된다. 또 출금하려던 자산을 온전히 인출하려면 자금 출처와 지갑 소유자 등을 증명해야 한다. 김 의원 역시 이 같은 '증빙 과정'을 거쳐 자산을 인출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클립으로 위믹스를 보낸 이후, 위믹스 가격이 떨어지면서 김 의원은 위믹스를 '보유'하기만 할 순 없었다.

그는 "가상자산이 계속 폭락을 거듭하자 더 보유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에서 일부를 OO으로 이체했다"고 밝혔다. △△는 클립, OO는 빗썸이다. 2022년 2월 클립에 위믹스를 보유 중이던 김 의원은 이후 시세가 떨어지자 이를 빗썸으로 옮겼다.

빗썸으로 옮긴 위믹스는 다른 가상자산에 재투자하는 데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도 "이후 다른 가상자산으로 재투자해 △△와 OO에 여러 종목을 보유 중이고 현재 보유한 가상자산 가치는 9억1000여만원"이라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 지갑 '클립'에 보유한 자산. 원화 환산액(노란색 체크, 약 1억3600만원)과 달러 환산액(총 7400만원)을 합하면 2억 1000여만원이다.
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보유한 자산 규모. 빗썸에 보유한 자산 규모와 클립에 보유한 자산 환산액을 합하면 약 9억1000만원이다.

빗썸에서 다른 가상자산에 재투자해 여러 종목을 보유하게 됐고, 그중 일부는 클립에도 보관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김 의원이 공개한 가상자산 보유 현황 캡처본을 보면 빗썸에 약 6억9700만원, 클립에 2억1000만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이 밝힌 9억1000여만원과 일치한다.

한편 이날 김 의원은 현 시점 그의 재산이 21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까지 더해 공식적으로 신고한 15억원에서 불어난 금액이다.

그는 "현재 보유한 가상자산 가치는 9억 1000여만원 수준이고, 그 외에는 정치 자금 계좌를 제외한 예금 2625만원, 보장성 보험 5986만원, 증권계좌 3억8733만원, 정치 자금으로 마련한 지역구 사무실을 제외한 부동산 전세권 보증금 8억원 등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합산하면 실제 재산은 약 21억 원 규모다"라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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