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日 경협 재발진… 반도체 상생 공급망 만들어 기회 선점해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경제단체장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만났다. 비공개 차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예정된 시간보다 20~30분을 넘긴 약 1시간의 회동이었다. 행사에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등 6개 경제단체장이 참석했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도 한일경제협회장 자격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일본 측에선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기하라 세이지 내각관방 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경제6단체장이 주요 내용을 건의하고, 기시다 총리가 대답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시다 총리가 매우 온화하고 협력적으로 말씀해 굉장히 좋은 인상을 가졌고, 앞으로 한일 관계가 잘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양측은 셔틀외교 복원을 계기로 경제 협력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논의의 핵심은 첨단산업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공동대응에 모아졌다. 미중 충돌로 한국은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본이 우리의 공급망 재구축에서 우선적으로 협력해야 할 국가라는 점은 분명하다. 탈(脫)중국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보강이 절실한 한국에게 일본은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두 나라가 경협을 강화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식 출범을 앞둔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도 화두였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미래기금 운영위원회를 구성 중인데 오늘내일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간 협력에 있어 기업이 먼저 나서서 협력해주면 좋겠다"면서 공감을 표했다.

이를 보면 한일 경협은 재발진 태세를 갖춘 셈이다. 오는 16~17일 서울에서 '한일경제인회의'가 4년 만에 대면으로 공식 개최되고, 2018년 이후 중단된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도 다음달 부산에서 다시 열리는 만큼 향후 가속이 기대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다시 양국이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 능력을 자랑하는 한국과 첨단 소부장 분야에 강한 일본이 손잡고 기회를 선점하는 일만 남았다. 긴밀한 스킨십과 리더십 발휘를 통해 견고한 반도체 상생 공급망 공조를 반드시 이뤄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