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멀스멀 피어나는 `경기 바닥론`] 화학·철강·건설 예상외 선전… "최악은 벗어났다"

박정일 2023. 5. 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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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SK이노 등 기업들
신사업 선제 투자로 실적 선방
LG전자, 생활가전 영업익 1兆
경기 바닥 둘러싸고 의견 분분

1분기에 시장 예상보다 선방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SK가스, SK이노베이션 등 60여개 기업들의 특징은 친환경이나 방위산업 등 미래 신사업에 선제적인 투자를 한 결실을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SK하이닉스와 한샘 등 일부 업체들은 불황에 대응해 지출을 최소화 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일찌감치 돌입해 적자를 최소화 하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정유·화학, 전자부품, 철강, 건설, 기계 등의 선전이 두드러졌는데, 관련 업체들은 주력 사업보다 배터리와 태양광 등 신사업에서 수익을 거뒀거나 또는 작년까지 이어졌던 실적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발생해 예상보다 선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화학·전자·부품 등 실적 회복세 두드러져=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1분기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116개 기업 가운데 예상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둔 업종은 정유·화학(9곳)이었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SK가스의 경우 원재료 수입과 선제적인 생산시설 개선, 적극적인 재고 관리 노력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경우 주력인 석유화학 부문이 적자 전환했지만,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한 배터리와 관련 소재 부문에서 예상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두면서 이를 만회해줬다.

효성그룹 계열사들은 야외활동 재개로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스포츠의류 등 소재)와 타이어코드 등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전자 관련 제품·부품 제조업체(8곳)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LG전자의 경우 생활가전에서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를 프리미엄급 라인업으로 정면 돌파했다.

LG전자가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6000억원)를 분기 영업이익에서 역전한 것은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기, LG이노텍, LS일렉트릭 등도 증권사 예상보다는 선전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등 IT제조업 수요 증가와 전기·자율주행차 시장 확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수요 증가 등이 실적 개선에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건설·철강 등도 선방…'기저효과+신사업' 효과= 삼성전자를 꺾고 제조 상장사 가운데 1분기 영업이익 1·2위를 차지한 현대차·기아의 경우 반도체 공급망 회복 등에 따른 생산증대 효과도 있지만, 도요타 등 경쟁사보다 먼저 진출한 전기차 사업에서의 선전이 실적 호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아의 경우 사상 처음 분기 영업이익률 12.1%를 기록해 테슬라(11.4%)보다도 더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건설업체들은 주택경기가 소폭 개선됐고, 여기에 해외 플랜트 시장이 살아나면서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건설 실적 회복은 현대제철과 HD두산인프라코어 등 철강과 기계업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1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는데, 태풍 '힌남노'로 가동을 중단했던 포항제철소의 정상 가동에 따른 기저효과와 배터리 사업의 성장 등이 주효했다.

이 밖에도 호텔신라, LX인터내셔널, CJ대한통운, 한미약품 등도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 회복세와 배터리 소재 등 원재료·자원 수요 증가, 바이오 시장의 성장세 등에 힘입어 증권사 추정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거뒀다.

◇"실적 바닥 찍었나?"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주요 대기업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침체가 바닥을 찍었다는 '바닥론'과 비용절감과 일부 업종에서의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높았기 때문인지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상태"라며 "기업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수출의 경우, 미국이나 중국의 경기가 지금보다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국내 수출도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도 "현재 기업들의 이익률(매출액 대비 이익)은 경기침체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면서 "매출 전망이 현재 수준에서 급격히 내려갈 위험만 발생하지 않으면 이익도 지금보다 더 크게 하향될 여지가 적다. 실적은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매출은 많이 늘지 않았는데 영업이익이 잘 나온 경우가 상당수였는데 이는 기업이 '비용 절감'으로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것을 뜻한다"며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비용 관리만으로 2∼3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에 수출 회복 둔화와 다소 높아진 시장 눈높이로 인해 향후 이익 추정치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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