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고인모독 논란 현대·CJ…방심위 중징계 피한 이유
(지디넷코리아=안희정 기자)욕설과 고인모독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각각 법정제재 '경고'와 '주의'를 의결받았다.
당초 업계에서는 두 회사 모두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제재수위는 광고심의소위원회서 논의됐던 것보다 낮아졌다.
방심위의 최종 제재가 결정되기 앞서 두 회사 모두 문제를 일으킨 게스트에 무기한 출연 정지를 시킨 점이 통했다는 의견이다.
방심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에 각각 경고와 주의 제재를 결정했다.
현대홈쇼핑, 욕설 방송 정윤정 씨 출연 정지 결정에 '관계자 징계' 모면
앞서 정윤정 씨는 지난 1월 28일 현대홈쇼핑 캐롤프랑크 럭쳐링 크림 판매 방송을 진행하며 "XX"이라는 욕설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정윤정 씨는 판매하는 화장품이 정해진 방송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매진되자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다며 짜증을 내고 욕설까지 해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줬다.
방심위 광고소위에서는 관계자징계와 경고가 동시에 결정됐다. 제대로된 사과가 없었고, 경영진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현대홈쇼핑은 전체회의를 앞두고 지난달 4일 정 씨에 무기한 출연 정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방송 사업자로서의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도 했다.
이 안건은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에도 논란이 일었다. 방심위원들의 제재 의견은 다양하게 나뉘었다. 방심위원들은 사무처에 그동안 욕설로 문제가 돼 제재받았던 방송사 사례를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사례를 검토한 후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욕설 방송 사례는 제재 수위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신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현대홈쇼핑의 게스트 출연 정지 결정이 통했다. 대다수 방심위원들은 이미 정 씨가 출연 정지로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게 관계자 징계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타 방송사에서 있었던 욕설 사례는 이번 상품판매 방송과 결이 다르다고 봤다. 예를 들어 TBS 라디오 방송 중에 출연자가 영화 '주기자'의 시나리오 엔딩 장면을 묘사하며 했던 "쫄지마, XX" 관련 안건은 행정지도를 받았는데, 이는 영화 내용을 인용해 문제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유진 위원은 "과거 심의 사례와 일치하지 않고 이번처럼 개인의 짜증스러운 감정을 욕설로 표현한 것은 처음"이라며 "단순 비교는 힘들어 관계자 징계와 경고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이광복 위원은 경고 의견을 냈지만, 홈쇼핑사의 조치가 관계자 징계로 봐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일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시간이 지나며 복귀하는 것처럼, 적당한 시점에서 정 씨와 같은 출연자들이 다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다수 위원이 경고 의견을 내 해당 안건은 최종 '경고'로 결정됐다.
CJ온스타일도, 고인 모독 논란 유난희 씨 출연 중단 조치에 중징계 피해
고인 모독으로 논란이 된 CJ온스타일은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 받으며 상대적으로 선방한 모습이다. 일부 위원들은 해당 안건이 정윤정 씨의 욕설 방송보다 더 강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위 의견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 2월 화장품인 닥터쥬크르 앰플 판매방송에서 해당 상품은 피부질환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일반 화장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피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차 있음)’ 등의 자막을 고지했다.
상품판매자인 유난희 씨는 “모 여자 개그맨이 생각났었어요. 네. 모 여자 개그맨. 여기까지만 말씀드릴게요. 피부가 안 좋아서 꽤 고민이 많으셨던. 아 이거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CJ온스타일 측은 지난달 18일 열린 광고소위 의견진술 자리에서 규정 위반 방송에 대해 소명하며 "발언 당사자 출연을 무기한 중단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 이후에도 방송 필수 인력 대상으로 심의교육을 강화하고, 정도 방송 체계 고도화 정책을 발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도 방송 선포식을 진행했다.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은 정윤정 씨 안건 보다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특정인의 죽음을 소재로 일반 화장품 판매를 시도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규정 위반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위원들은 광고소위에서 해당 게스트 무기한 출연 정지와 재발 방지 정책 등을 감안해 결정된 '주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 또한 회사 측의 선제적 조치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선제 조치, 재발 방지 힘쓰는 것 중요"
추후 재승인 심사에서 현대홈쇼핑은 2점, CJ온스타일은 1점 감점을 받게 됐다. 제재 수위마다 ▲주의는 1점 ▲경고는 2점 ▲관계자징계는 4점 ▲과징금은 10점을 받게 되고, 이는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조치가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심의 문제가 있을 경우 방심위 최종 제재를 기다린 후에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내부 징계 등 조치를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최대한 선제 조치를 하고, 재발 방지에 힘쓰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규정 위반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된다면, 출연자를 영구퇴출하고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게 내부 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계기로 인해 회사 내부에도 선제적 조치와 관련해 공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기자(hja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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