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 욕설·고인 모욕 홈쇼핑 방송 사업자에 '법정제재'
욕설방송 정윤정 쇼호스트·현대홈쇼핑 '경고', 고인 모욕 유난희 쇼호스트·CJ온스타일 '주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방송 중 욕설을 한 쇼호스트와 고인에 대해 모욕적 발언을 하며 상품의 효능을 강조한 쇼호스트의 방송을 내보낸 홈쇼핑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방통심의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법정제재는 홈쇼핑PP의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된다.
방통심의위는 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최근 논란이 이어진 현대홈쇼핑에서 방송된 정윤정 쇼호스트의 욕설 발언, CJ온스타일에서 방송된 유난희 쇼호스트의 고인 모욕 발언에 대해 심의했다. 두 쇼호스트가 개인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며 논란이 심해지자, 각 홈쇼핑 방송사는 두 쇼호스트에 대해 자사 홈쇼핑 방송에서의 무기한 방송 출연 정지를 결정한 바 있다.
쇼호스트 정윤정씨는 현대홈쇼핑 화장품 판매방송(2023년 1월28일 방송분) 도중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다며 짜증을 내며 “XX. 나 놀러 가려고 그랬는데”라면서 욕설을 사용했다. 방송 중 제작진이 부적절한 언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씨는 “정정 뭐 하나 할까요? 정정 잘해요. 아, 방송 부적절 언어. 예, 그렇게 할게요. 뭐였죠? 까먹었어요”라며 “방송 하다 보면 제가 가끔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해서 죄송하지만, 예능처럼 봐주세요”라고 말해 '성의없는 사과'라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3월28일 이경렬 현대홈쇼핑 대외협력담당 상무·김민태 심의팀장이 의견진술에 참석해 “언론보도 이후 출연자를 우선 3주간 잠정 출연을 중단했고 협력사도 편성에서 제외했다”고 말했지만 광고심의소위원회(광고소위) 위원들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의결했다. 지난 7차 전체회의에서도 심의를 진행했지만, 그동안의 욕설 방송 관련 심의 사례들을 추가로 검토하기 위해 의결을 보류했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 및 경고'에서 한 단계 낮춰 '경고'로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방송법 100조 제1항 제3호는 방송사업자가 아닌 실질적 위반 행위를 한 PD, 기자, 출연자 등을 제재하는 조항으로, 간접적이지만 출연자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며 “해당 PD는 방송 종료 전에 출연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출연자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이후 방송사업자가 출연 정지 조치를 했기 때문에 출연자에 대한 실질적 제재를 한 상태다. 관계자 징계가 이미 이뤄졌고, 그렇다면 (방통심의위에서) '관계자 징계' (의결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홈쇼핑 업체측은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때 '쇼호스트의 돌발행동이었고 제작진은 제어할 수 없었다' 정도의 입장을 취하는 것을 여러차례 봤다. 하지만 제작진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며 “쇼호스트 출연을 정지했다고 해서 관계자 징계라는 제재 내용이 이미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쇼호스트는 방송 출연자가 아닌 방송을 이끌어가는 사람이고, 결과적으로 욕설 방송을 그대로 내보낸 상황이 됐다면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제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홈쇼핑 관계자가 이번 안건 관련 개인적으로 자신과의 통화를 시도했다고 밝히며 불쾌감을 표했다. 김 위원은 “광고소위 결정 직후 홈쇼핑 업체 관계자가 추가 소명을 이유로 지인을 통해 나와의 통화를 원했고 거절했다”며 “개인적으로는 불쾌하고, 공적으로는 부적절하다. 이후 다른 심의에서 홈쇼핑 업체 관계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개벌 위원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위원들이 전체회의에서 공개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나의 경우 이런 상황이 또다시 벌어지면 전체회의에서 오히려 패널티를 부과하는 식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해당 안건은 심의위원 9인 중 법정제재 '경고' 6인,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 '주의', 정민영·김유진 의원 '관계자 징계 및 경고'로 '경고'가 의결됐다.
고인 모욕 발언하며 상품 판매에 이용한 유난희 쇼호스트·CJ온스타일 '주의'
방통심의위는 이날 '피부질환 고민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개그우먼이 이 제품을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일반 화장품 상품임에도 피부질환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다고 과장·왜곡 발언을 한 쇼호스트와 이를 방송한 CJ온스타일(2023년 2월4일 방송분)에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해당 화장품 판매 방송 중 쇼호스트 유난희씨는 “모 여자 개그맨이 생각났었어요. 네, 모 여자 개그맨. 여기까지만 말씀드릴게요. 피부가 안 좋아서 꽤 고민이 많으셨던. 아, 이거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하며 사망한 개그우먼의 사례를 언급하며 상품을 판매했다. 해당 방송이 논란이 되자 2월23일 자막과 더불어 발언 당사자가 직접 사과했으며, CJ온스타일은 유난희씨의 방송 출연을 무기한 중단했다.
지난달 18일 광고소위 의견진술 절차에 참석한 박승표 CJ온스타일 TV커머스사업부 상무·김희진 서비스혁신담당은 “더 예민함을 갖고 즉시 포착하지 못했던 부분에 반성했다”며 “해당 출연자의 방송 출연을 무기한 중단했으며 금일 징계 수위를 떠나서 해당 조치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MD, PD, 쇼호스트를 대상으로 심의 교육을 강화하고, 외부 협력사 게스트를 대상으로도 대면 심의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의견진술 청취 후 위원들은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고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광복 부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은 “(유난희) 쇼호스트는 게스트였는데, 방송에서 출연을 정지했다고 했지만 해당 쇼호스트는 지금도 다른 방송 채널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한 채널이 그런 조치를 한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의아하다. 이거야말로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도 “진행자가 모 여자 개그맨이 생각났다고 말하는 순간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본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대부분 누구인지 알고, 혹여라도 모르는 사람이 있더라도 인터넷에 검색되기 때문”이라며 “욕설 방송보다 더 심각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마치 피부가 좋지 않아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하면서 영리적 목적으로 방송 소재로 활용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민영 위원도 “(쇼호스트의 발언은) 결국 이 제품을 썼으면 사망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는 것이다. 방송 내용을 보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 특정인의 죽음을 끄집어내서 판매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주의보다 더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안건은 심의위원 9인 중 7인이 법정제재 '주의', 허연회·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내 '주의'가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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