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 오른'세종1446'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파이낸셜뉴스 2023. 5. 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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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코로나19 위기에서 거의 벗어나면서 드디어 세계보건기구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했다.

야외공연은 극장이 아닌 야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하늘, 바람, 온도, 분위기 등 자연이 느껴지는 그 시간과 그 공간의 특별한 경험으로 인해 극장보다 더 비일상의 환상에 빠져들면서 강렬한 몰입을 가능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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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올해 들어 코로나19 위기에서 거의 벗어나면서 드디어 세계보건기구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했다. 공연계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아주 빠르게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극장공연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야외축제와 공연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보상 심리 때문인지, 봄부터 야외행사마다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재청에서 주최하는 궁중문화축전은 2015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온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이다. 궁을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행사로 인해 시민들의 인기가 매우 높으며, 특히 야간에 궁에서 관람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은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면서 관람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곤 한다. 특히 올해는 경복근 근정전에서 뮤지컬 '세종 1446'공연이 4월 29일~5월 2일까지 4회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세종 1446'은 HJ컬처에서 개발하여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초연된 창작뮤지컬이다. 세종의 즉위에서부터 한글의 창제까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나아가야 했던 세종대왕의 업적들이 무게감 있는 드라마와 넘버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창작 뮤지컬이다.

아직은 쌀쌀하고 비도 오락가락했던 봄날, 야간에 경복궁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기분이 올라오는데 선명한 보름달이 으스스하게 궁을 비치고 있고 700명의 관객들이 근정전 앞마당인 조정에 앉아서 공연을 기다린다. 드디어 조명이 켜지고 70여 명의 배우들이 나와 춤과 노래로 세종의 이야기를 펼쳐내자 마치 577년 전 조선 초기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야외공연은 극장이 아닌 야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하늘, 바람, 온도, 분위기 등 자연이 느껴지는 그 시간과 그 공간의 특별한 경험으로 인해 극장보다 더 비일상의 환상에 빠져들면서 강렬한 몰입을 가능케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머시브씨어터와 더불어 장소특정형 공연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매력이 있으며 관객의 니즈가 관람에서 체험으로 점점 더 발전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이러한 장소특정형 공연의 가능성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물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야외공연은 만드는 사람도 어렵고 보는 사람도 힘들다. 기후위기로 인해 날씨를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리스크도 더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먼거리의 이동, 불편한 좌석, 추위 혹은 더위로 인한 불쾌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극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야외공연을 즐기게 된다.

때로는 비를 맞으면서 관람했던 공연의 순간들이 힘들지만 더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게 되기도 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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