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생명’ 건 김남국의 13쪽 반박…여전한 의문들
몰빵‧거래소 이전 등 의문 여전…이해충돌‧도덕성 논란 지속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60억 코인'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 생명'까지 걸며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파장은 잦아들지 않은 모양새다. 그간 김 의원이 '가난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표방해 온 만큼, 법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도덕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돈 봉투' 사태에 이어 또 다시 악재를 맞은 민주당은 자체 진상조사를 비롯해 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지난 5일 처음 의혹이 제기된 후 연일 SNS를 통해 해명과 반박을 내놓던 김 의원은 8일 오후 이를 종합한 13쪽 분량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3월 가상자산 '위믹스'를 최대 60억 원어치 가량 보유했고, 이를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트래블룰)'가 시행되기 직전 처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정치 생명과 전 재산을 걸 만큼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했다"며 자신의 금융 거래 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죄 없는 한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억울하게 만드는지 몸소 실감했다"며 "어떤 불법성도 없이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앞서 SNS를 통해 현 사태를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입장문엔 검찰을 겨냥한 메시지는 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자신을 향해 제기되는 주요한 의혹들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수억 원대 투자를 가능케 한 초기 자금 약 9억8500만원에 대한 의문엔 "LG디스플레이 주식 매각 대금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래블 룰 직전 대거 처분했다는 의혹엔 "모든 거래를 실명 계좌로만 했기 때문에 트래블룰 시행 시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코인을 현금화해 지난 대선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여권의 추측에 대해 "정말 황당무계한 소설을 아무 근거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현재 다른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9억1000여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포함해 현재 약 21억원 규모의 자산이 있다고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허위사실에 기초한 의혹 보도를 생산하는 데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거 자료를 기반으로 한 김 의원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재산 신고를 바탕으로 코인 초기 투자금 출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김 의원의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주식을 매도한 금액만큼 고스란히 예금이 늘었기에, 주식을 매도해 코인을 샀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 재산의 80%에 달하는 금액을 위믹스라는 한 종목에 사실상 '몰빵'을 한 점, 그리고 돌연 거래소를 옮긴 이유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의혹이 제기된 직후 "지금은 코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가 "거래소를 옮겨 9억여 원의 규모의 다른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꾼 데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7월 김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에 따른 소득세 부과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점에 대해서도 "이해충돌로 볼 수 없다"는 김 의원의 주장과 달리 여전히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인으로서 김 의원의 '도덕성' 논란 또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의 경우 재산신고 의무 사항에 해당하진 않지만, 이 정도 규모의 자산이라면 공직자로서 스스로 공개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김 의원은 그동안 '구멍 난 운동화' 등 가난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표방했던 만큼 여권을 중심으로 '쇼잉' '코스프레'라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김 의원이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을 대표발의했던 이력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돈 봉투' 의혹에 이어 또 다시 민심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이번 사안을 그대로 넘겨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당 지도부가 김 의원의 소명을 듣고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보다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돈 봉투' 사태 직후 미온적인 대응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는 만큼, 이번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민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사태가 터지면 곧장 당에서 엄격하게 대응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이번에도 다소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돈 봉투 사태 때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해 비판받지 않았나. 당내 사건이 터지면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당의 자정기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태도에 대해 질타했다. 그는 "의혹이 터지자마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끌어들여 검찰 탓을 하고 서민 코스프레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 점에 국민들에게 더한 실망을 주고 있다"며 "당에서 이 부분을 조금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장경태 의원 등이 가세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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