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개인적 유감'에 그친 과거사 표명…후쿠시마는 '검증' 대신 '시찰'
기시다 일본 총리가 오늘(8일) 낮 1박 2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과거사와 관련해서 지난 회담 때와는 다른 발언이 새롭게 나왔는데요. 하지만 '개인적인 유감' 정도에서 그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서는, 원래 언급되던 '양자 검증'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유한울 체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 '개인적 유감' > 입니다. 어제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톡파원' 출동은 안 해도 되는 대신에 '한울스쿨' 가동시켜 봅니다. 오늘 풀어드릴 단어는 바로 '셔틀외교'인데요. 원래는 첨예하게 대립 중인 양국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제3국을 활용하는 외교 방식을 뜻합니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서는,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목적으로 상대국을 번갈아 방문한다는 의미로 쓰이는데요. 워낙 복잡한 한일 관계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뒤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습니다. 이번에도 12년 만에 복원된 것인데요. 기시다 총리의 이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어제) : 저도 당시에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네, 바로 강제동원 피해자를 향해 새롭게 내놓은 메시지입니다.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던 입장에서는 일부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국민의힘에서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합니다. 김기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한일 관계가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려 한다"고 치켜세웠고요.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의원도 기시다 총리를 만나서 "물 반 잔,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의원 : 한·일 관계를 위해서 반 컵의 물잔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느낌을 갖는다. 또 그러한 일본의 성의 있는 노력에 대해서도 저는 평가하고,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따뜻한 메시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라는 말씀을 제가 드렸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입장 표명,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여전히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언급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만 있는 것이 아닐 텐데요.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어제) : 1998년 10월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절대 사과라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거든요. 앞으로도 그러니까 역대 내각의 전체적인 생각을 계승한다라는 것은 아베라든가 스가의 생각도 그냥 계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내각의 생각은 강제동원은 그거는 강제동원이 아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유체이탈' 화법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독한 환경'을 만든 주체는 일본인데, 여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요. 새롭게 나온 발언, 본인의 심정을 이야기한 것이라면서 개인적인 유감 표명으로 뜻을 축소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어제) : 이 말은 그 당시 힘든 경험을 하신 분들에 대해서 제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 때문에 논조와는 상관 없이,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발언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우리 언론들은 앞다퉈 내놓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발로 이번 유감 표명은 전적으로 기시다 총리의 결정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아키바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의제를 조율하는 자리에서 '성의 있는 호응'을 바라는 국내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는데요. 윤 대통령이 오히려 아키바 국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전해달라", 이렇게 당부했다는 것입니다. 그 뒤 이 문제에 대한 협의는 더 이상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기시다 총리가 회담 중에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이러한 사실을 밝힌 이유, 바로 다음과 같은 윤 대통령의 '통큰 결단'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겠죠.
[한·일 정상회담 확대회담 (어제) : 양국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제3자 변제를 맡을 재단에 일본 가해 기업이 참여하는 것조차도 아직 해결하지 못 한 기시다 총리입니다. 그런데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면'을 세워줬는데요. 일본에서 여전히 제일 걱정하는 부분인, 배상안의 번복 가능성을 일축한 것입니다.
[한·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어제) :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65년 청구권 협정과 또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현재 열다섯 분의 승소자 중에 열 분이 판결금을 수령한 상태입니다.]
지금 이 발언에서 디테일로 들어가면, "판결금을 수령했다"는 표현을 두고서는 다음 같은 지적이 가능한데요.
[최종건/연세대 교수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한국과 일본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했잖아요. 인권의 가치, 민주주의 가치, 법치주의 가치라고 하는데 이거는 왜 소위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로 만들어버립니까? 일본 총리를 세워 놓고 열다섯 명 중에 열 분이 돈을 받았다는 식의 발언을 함으로 해서 그분들이 돈을 받으면 되는 사람들, 애초에 돈을 요구했던 사람으로 만들어버립니까?]
여권에서는 이러한 디테일보다는 경제·안보 협력이라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재반박은 여권에서 나옵니다. "경제·안보 협력, 좋다! 좋은데, 과거사에 대한 결론까지 독단적으로 내리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유승민/전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위안부든 강제징용이든 독도 문제든 우리 확고한 입장이 있으면 일본 입장하고 다르면, 다른 건 다른 대로 다른 걸 놔두는 거예요, 각자가. 그러면서 경제와 안보를 협력하는 것은 저는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과거사 정리 안 되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가니까 내가 과거사는 내 방식대로 해버리겠다' 그건 곤란하다, 이런 뜻이죠.]
두 번째 픽은 < 검증 말고 시찰 > 입니다. 이번에는 지난주 운용했던 '회담픽'에서 계속 짚어드렸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정리해볼 텐데요. 한일 정상은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 시찰단을 현장에 파견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관련 부처 관계자와 산하기관 전문가로 꾸린 시찰단을 오는 23~24일 파견합니다.
[한·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어제) :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어제) : 한국분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이해해주실 수 있도록 이번 달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시찰단의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시다 총리 발언을 보면요. "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요청한 사항이라는 점을, 이 표현을 통해 강조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러면서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검증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어제) : 6월 달에는 IAEA의 최종 보고서가 정리될 예정입니다. 이 보고서도 잘 반영시켜서 저희들은 국내적인 절차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IAEA의 검증이 일본한테는 나쁠 것이 없다는 점은 지난주 설명해드렸었죠. 사실상 '방류'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현장을 둘러보는 셈인데요. 게다가 '검증'도 아니고, '사찰'도 아니고, '시찰'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시찰단 파견이 오히려 일본에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예용/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시찰이라는 것이 그냥 둘러보는 건데 한국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와 현지 조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뭐가 문제인지 다시 둘러보고 이런 건 이렇게 추가 조사를 하고. 쟁점이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같은 걸 놓고도 다르게 보는 시각, 이런 것들을 충분히 수용해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 이런 자세도 아니고 그냥 한번 둘러보는 걸 허용하겠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거의 문제가 없다고 그동안에 주장해 온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정도의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우려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번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지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2019년 우리나라는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한 WTO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최종 승소했는데요. 당시 항소심은 판단의 기준을 바로 수산물을 둘러싼 '생태와 환경'에 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찰단이 가서 이 '생태와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데 힘을 실어줘버리면, 이 판결의 논거가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찰을 갈 시간에, 2년 동안 일본에서 받은 오염수 자료나 잘 분석해서 결론부터 내리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먹거리와 안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당연히 예측이 됩니다. 정확한 자료에 의해서 사실조사를 하고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서 객관적 검증을 거치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잘 흘러가나 안 가나, 어떻게 방출하고 있나, 이런 것을 지켜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음 픽은 < 두 번째 영장 > 으로 가져왔습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대표 당선을 위해 9400만원을 살포하라고 지시, 권유하고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죠.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지금 진행 중입니다.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 {영장 재청구 됐는데 입장 혹시 있으실까요? 증거인멸 정황 포착됐다던데 어떠신가요?} 판사님께 성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강 전 감사는 앞서 지난달 21일 첫 번째 심사를 받았다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보강 수사를 한 뒤 조직적인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다면서 지난 4일 영장을 다시 청구했는데요. 심사 결과는 이르면 오늘 저녁 늦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의 네 번째 픽, < 일가족 참변 > 입니다. 지난 주말 미국 텍사스주의 한 교외 쇼핑몰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15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그 중 4명이 미국 국적인 한인 교포 일가족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모 씨와 강모 씨 부부와 이들의 3살 자녀는 숨졌고, 5살 짜리 자녀는 크게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은 33살 남성인데요.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온라인상에서 극우 극단주의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마지막 픽으로는 < "지겨워" > 살펴보고 갑니다. 영국의 찰스 3세, 현지 시간 7일 대관식을 열고 정식으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찰스 3세/영국 국왕 (현지시간 지난 6일) : 주님의 이름으로, 그의 가르침을 따라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습니다.]
65년을 기다린 왕관을 드디어 쓰게 되는 순간이었는데, 5분 더 기다리기 힘들었던 탓일까요. 영국 스카이뉴스가 독순술 전문가의 분석이라면서 보도했는데요. 찰스 3세, 대관식 시작을 기다리다가 "우리는 절대 제시간에 못 맞출 것"이라면서 "지겨워"라는 입 모양이 포착됐다고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명 중에 펜의 잉크가 손에 흘러내리자 짜증을 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죠. 이와 더불어, 의전 병력으로 행사에 투입된 군인들이 풀썩 쓰러지는 모습들이 포착돼서, 계속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오늘의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들어가서 원픽 뽑겠습니다. 뉴스픽5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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