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vs “통 큰 결단”…가열되는 후쿠시마 ‘시찰단’ 논란 

이혜영 기자 2023. 5. 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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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3~24일 전문가 시찰단 파견 놓고 ‘실효성’ 우려
野 “들러리” “병풍놀음” 반발 속 與 “물컵 반 채웠다” 호평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시찰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사찰이나 검증단 형태가 아닌 시찰단으로는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우려다. 단 이틀 간의 시찰단 파견으로 향후 수산물 수입까지 일본 정부에 면죄부만 주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달 말 시찰단 파견 일정이 다가올 수록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8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오는 23~24일 현장 시찰단을 파견한다. 시찰단은 관련 부처 관계자와 산하기관 전문가로 구성될 방침이다. 

한·일 양국은 이번 주 후반 국장급 협의를 갖고 구체적인 시찰단 규모와 세부 일정을 조율할 전망이다. 세부 일정에는 경제산업성 및 도쿄전력 관계자 면담, 오염수 방류 시설인 해저터널 시찰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3월17일(현지 시각) 도쿄 북쪽의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AP=연합

이틀 간 시찰에 '실효성' 우려

시찰단 파견 관련 세부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주게 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검증'이 아닌 '시찰'로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 획득이 불가능 한 데다, 이틀 간 방문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환경단체와 시민사회계도 이번 결정을 우려하고 있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시찰단 파견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살펴보고 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 부위원장은 "쟁점에 대해 명확하게 한국 조사단에 상당한 전권을 주고 조사 내용을 수용하겠다든지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한번 둘러본다는 것"이라며 "(일본이) 그동안 주장해온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정도의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을 강조해왔고, 윤 대통령도 전날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시찰단 파견으로는 지금까지 공언해 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에 다가설 수 없다는 게 국내 환경단체의 입장이다. 

오는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관련 최종보고서가 '문제 없음'으로 결론나면 하반기 본격 방류가 유력한데, 한국 시찰단 방문과 조사 내용이 IAEA 보고서와 함께 일본 정부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 부위원장은 시찰단 파견이 결국 후쿠시마산 해산물 수입 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실 제일 중요한 문제인 (후쿠시마산) 수산물(수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한국 시찰단이 가서 IAEA와 다를 바 없는 결론을 내리면 (일본 정부는 수산물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시찰단 파견에 대해 "들러리" "병풍놀음" "면죄부 시찰단에 국민은 통탄"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시찰단이 가서 살펴본들 뭘 하겠나"며 "정확한 자료로 조사하고 안전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게 필요하지 어떻게 방출하나 지켜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고 꼬집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원자력 업계와 학계를 대변하는 시찰단 구성은 객관성을 상실할 우려가 크고, 활동 범위 또한 일본이 보여주고 싶은 곳만 보게 될 것"이라며 "'면죄부 시찰단'이 아니라 '국민검증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찰단 파견을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행보로 해석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 방한으로 한·일 관계가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12년간, 특히 지난 정권에서 방치되고 단절됐던 셔틀외교가 복원됐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도 일제히 시찰단 파견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윤 대통령의 통 큰 결단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 물꼬가 트였고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기시다 총리가 나머지 물컵의 반을 채웠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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