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중·미관계 악화 ‘미국 탓’···“레드라인 존중해야”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를 만나 현재 미·중 관계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 측이 밝힌 대화 재개 의지에 대한 화답 성격이 있어 보이지만 친 부장은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태도 변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중국 외교부는 친 부장이 8일 베이징에서 번스 대사를 만나 “중국 측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시한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공영의 원칙에 따라 미·중 관계를 처리할 것”이라며 “미국 측이 깊이 돌이켜 보고 중국과 마주하며 중·미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친 부장은 이어 “미·중 관계는 양국 뿐 아니라 세계에도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미국 측의 잘못된 언행이 중·미 관계에 어렵게 찾아온 긍정적 형세를 훼손했고 양국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고 지적했다.
친 부장은 또 “급선무는 중·미 관계를 안정시키고 나선형의 하락을 피하며 뜻밖의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라면서 “미국 측이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이성으로 돌아가 중·미 관계의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간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친 부장은 특히 중국이 ‘레드라인’으로 내세우는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한편으로 소통을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을 끊임없이 압박·억제해서는 안 되며 말과 행동이 달라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마지노선과 레드라인을 존중하고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하며 특히 대만 문제를 올바르게 처리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지지·묵인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남은 최근 번스 대사가 한 대담에서 “미국은 중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더 좋은 소통선을 필요로 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뤄졌다. 번스 대사는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그 직후 지난 2월 취소된 방중 일정을 다시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친 부장이 번스 대사를 만나 현재 미·중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 측의 대화 재개 의지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 있지만 분명한 레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양측이 블링컨 장관 방중을 재논의하면서 다시 한번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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