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캐릭터 없이 오후 공연···흥행공식 뒤집은 '만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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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어린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1000여 석의 공연장이 초등 중·고학년 어린이들과 가족들로 가득 찼다.
초등 중·고학년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들은 나이에 걸맞게 일어서거나 떠들지 않고 한 시간 남짓한 공연을 어른 못지 않게 성숙한 태도로 지켜봤다.
캐릭터가 등장 하지 않는 어린이 공연은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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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퐁' 같은 유명 캐릭터 없고
오전11시 관례 깬 오후3시 공연
스토리 탄탄한 동명소설 원작에
뮤지컬 업계 프로들이 대거 참여
화려한 조명·무대로 퀄리티 높여
지난 5일 어린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1000여 석의 공연장이 초등 중·고학년 어린이들과 가족들로 가득 찼다. ‘핑크퐁’, ‘캐치티니핑’ 등 유명 캐릭터도 없는 창작 뮤지컬, ‘만복이네 떡집’을 보기 위해서다. 초등 중·고학년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들은 나이에 걸맞게 일어서거나 떠들지 않고 한 시간 남짓한 공연을 어른 못지 않게 성숙한 태도로 지켜봤다.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이 진행될 때는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배우들의 열정에 화답했다.
뮤지컬 제작사 아츠온이 제작한 ‘만복이네 떡집’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제다. 작품은 주인공 만복이와 장군이가 신비한 떡집을 만나 ‘개과천선’하는 판타지 장르의 뮤지컬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김리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지난 2021년 초연해 첫 해에 9회, 지난해 7회 공연을 진행했다. 올해는 4월 21일 개막해 총 47회 공연을 목표로 하는데, 절반에 이른 현재 약 1만 명 이상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아직 어마어마한 흥행이라 할 수는 없지만 손쉽게 타겟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어린이 공연의 성공 조건을 모두 포기한 공연임을 감안하면 공연계가 주목할 만한 결과다.
제작사 아츠온은 ‘만복이네 떡집’을 제작하면서 어린이 뮤지컬이라면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유명 캐릭터’를 섭외하지 않았다. 캐릭터가 등장 하지 않는 어린이 공연은 모험이다. 한 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에 집중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과 미취학 연령대 소비자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인기 캐릭터를 빼고 작품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만복이네 떡집’은 어린이 뮤지컬이지만 제작진은 모두 잔뼈가 굵은 뮤지컬 제작 업계의 ‘프로’들로 구성됐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제작한 김효진 연출이 작품을 진두지휘하며 ‘블러디사일런스’의 엄다혜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그밖에 뮤지컬 ‘레드북’과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무대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이은경, ‘프랑켄슈타인’의 조명디자인을 맡은 민경수, ‘지킬앤하이드’ 영상 디자인을 담당한 송승규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덕분에 성인 대상 뮤지컬 못지 않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신비한 떡집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탁월한 무대가 완성됐다. 덕분에 어린 관객들은 한 시간 남짓한 시간 어른처럼 성숙한 자세로 공연을 보고 배우들이 열창을 하면 공연이 떠나갈듯 크게 박수를 보낸다. 어린이 공연이지만 사실상 극 전개는 성인 뮤지컬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대부분 오전 11시에 열리는 어린이 공연의 ‘기본 시간’을 깨고 평일 오후 3시를 핵심 시간대로 택한 전략도 통했다. 어린이 공연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원 등의 단체 관람이 주요 수익원이다. 기관에서 아동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오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11시 공연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츠온은 이런 관례를 깨고 과감하게 오후 3시 공연에 도전했다. 타겟층이 초등학교 고학년임을 명확히 했고, 실제로 많은 관람객이 방과후 공연장을 찾았다.
실제로 티켓을 사는 학부모가 좋아할 만한 줄거리를 갖고 있는 것도 흥행 요소다. 주인공 만복이와 장군이는 착하지 않다. 친구에게 욕을 하고 혼자만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극중 주인공들에게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강요하는 어른은 없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마법의 떡’을 더 많이 먹기 위해서 친구들에게 친절을 베푼다. 그렇게 아이들은 스스로 예쁜 말을 하고, 도움이 필요하는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공연은 5월 21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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