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AI 번역기 개발 ‘딥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야로스와프 쿠틸로브스키 | “챗GPT 번역은 생성 AI의 부산물…딥엘은 번역만 목적으로 설계”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독일에 온 폴란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독일어를 배우기도 전에 학교에 보내진 탓에 언어의 벽에 수없이 부닥쳐야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 훗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인공지능(AI) 번역기 개발에 성공한다. 이 번역기는 구글보다 매끄러운 번역 결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매월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2017년 딥엘(DeepL)을 창업한 야로스와프 쿠틸로브스키(Jaroslaw Kutylowski)의 이야기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딥엘은 올해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3311억원)를 인정받았다. 창업 6년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 딥엘은 구체적인 번역 기법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사람의 뇌를 모방한 ‘뉴럴 네트워크(인공 신경망)’에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이고 문맥에 맞는 자연스러운 번역 결과를 내놓는다고 한다.
딥엘이 2020년 전문 번역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블라인드 테스트에선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번역기보다 정확도 부분에서 3~5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1월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시작한 딥엘은 현재 총 31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PDF와 MS 워드 등의 문서 파일 번역도 지원하며, 유료 회원에겐 5000자 이상의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5월 9일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방한을 앞둔 쿠틸로브스키 최고경영자(CEO)에게 딥엘의 경쟁력과 AI 번역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딥엘을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결국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개발자로서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언어 장벽을 무너뜨려)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고 싶었다. 특히 전 세계 사람에게 번역 서비스를 지원해 사업 규모도 글로벌 단위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딥엘을 설립했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매월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가 딥엘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2만 개 이상의 기업도 딥엘을 전용 번역 툴(도구)로 채택하고 있다.”
어떤 기업들이 딥엘을 채택했나.
“언론사가 대표적이다. 딥엘과 협력하고 있는 전 세계 언론사는 자사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글로벌 독자에게 딥엘로 번역된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번역 작업은 대중에게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번역물의 완성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확한 번역을 위해 어떤 AI 기술을 활용하나.
“딥엘 번역 서비스는 일명 ‘고급 뉴럴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한다. 이는 인간의 두뇌 경로를 모방한 공학적 정보 처리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AI가 인간의 언어 이해 방식과 유사하게 언어의 맥락과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굉장히 정교한 인공 신경망 아키텍처(구조) 덕분에 경쟁사 대비 자연스럽고 생생한 번역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AI가 가장 어려워하는 번역이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딥엘은 주로 비즈니스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탁월한 비즈니스 언어 번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구어체 텍스트 번역에서도 양질의 결과물을 제공한다. 다만 시나 예술적 텍스트 번역에 특화돼 있지는 않다. 이 부분을 딥엘의 번역기가 가장 어려워한다.”
구글 번역기부터 한국의 파파고까지, 이미 번역 시장은 레드 오션이다. 후발 주자 딥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AI 산업에는 많은 번역 업체가 있지만, 딥엘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 분야에서 가장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에서 독자적인 (번역) 기술을 실험할 때, 딥엘은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번역하는 기계 번역(machine translation)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결국 딥엘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제치고 이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됐다. 딥엘은 세계적인 수준의 엔지니어, 연구원, 언어 전문가를 정기적으로 영입해 AI 분야에서 가장 정확하고 섬세한 번역을 제공하고자 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오픈AI의 채팅형 AI 챗GPT도 번역이 가능하던데.
“다른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어 처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딥러닝 모델)과 마찬가지로 챗GPT도 텍스트를 번역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생성 AI(Generative AI) 기술의 부산물일 뿐이다. 반면 딥엘은 오직 최상의 번역만을 목적으로 설계됐고, 이를 위해 특별히 (AI를) 학습시켰다. 선택과 집중이다. 이처럼 차별화된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는 게 딥엘의 경쟁력이다.”
AI 번역기를 사용해도 최종 단계에선 결국 인간이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인간의 도움이 필요 없는 100% 완벽한 번역은 언제쯤 가능할까.
“번역가들도 달성할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완벽한 번역’은 AI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불가능의 영역에 계속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 번역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딥엘을 처음 개발할 때, 회계사의 계산기나 엑셀 프로그램처럼 전문 번역가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봤다. 실제로 많은 전문 번역가가 현재 딥엘을 비롯한 다양한 AI 번역기를 사용하면서 많은 번역 작업이 간소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AI 번역의 앞날은 인간의 활용 방법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번역을 넘어 최근엔 문법까지 교정해 주는 ‘딥엘 라이트(Write)’ 서비스도 출시했다.
“딥엘 라이트는 철저하게 딥엘 번역기 사용자를 위해 개발됐다. 많은 사람이 외국어로 완벽하게 작문하기 위해 원어와 번역 대상 언어 두 가지를 넘나들며 번역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그래서 글쓰기 향상에 특화된 툴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일반 문법 검사 기능을 넘어 텍스트의 어조와 스타일을 감지하고 이를 해석해 사용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문장까지 개선할 수 있는 진정한 (문법) 교정 툴을 개발하고 싶었다. 이런 기능을 탑재한 딥엘 라이트는 글을 쓰면서 창의적 영감을 얻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이상적인 툴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배경은.
“한국어는 그동안 딥엘 사용자들의 서비스 출시 요청이 많았던 언어 중 하나였다. 올해 1월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출시한 뒤, 긍정적인 사용자 피드백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특히 개인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들의 수요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한국은 딥엘의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번역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번역 가능 언어를 늘릴 수 있게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AI를 고도화시켜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 커뮤니케이션 장벽을 극복해 전 세계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겠다.”
Company Info
회사명 딥엘(DeepL)
본사 독일 쾰른
설립 연도 2017년
창업자 야로스와프 쿠틸로브스키
주요 사업 분야 AI 기반 기계 번역
번역 언어 영어, 독일어, 한국어 등 총 31개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331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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